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덩굴식물 중의 하나가 스페인 산딸기 덩굴이다. 이 산딸기를 스페인 현지에서는 모라(Mora)라고 부른다. 딸기의 생긴 모양은 조선 과객 금삿갓이 어릴 때 시골에서 즐겨 따먹던 산딸기와 비슷한데, 스페인 산딸기가 우리 시골의 산딸기 보다 약간 열매가 큰 것 같다. 맛은 여기 때양이 뜨거워서 그런지 당도가 훨씬 높아 보인다. 순례길 옆에 이런 산딸기 모라가 지천으로 자라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걸 보면, 하느님이 가난하고 굶주린 순례객들에게 허기라도 면하라고 은총을 내린 것인가 생각했다. 금삿갓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어떤 곳은 아직 푸른색으로 익지 않은 것도 많고 어떤 곳에는 새까맣게 잘 익은 곳도 있었다. 한 철에 모두 한꺼번에 익었다가 떨어지지 않고 같은 지역이라도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익는 시차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도 신기했다. 힘든 길을 가다가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시에 찔리면서 검게 익은 열매를 한 움큼씩 따서 먹어본다. 어쩌다가 마을 어귀에서 현지 여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바구니로 열매를 따는 모습도 보였다.
산딸기를 한약재 용어로는 복분자(覆盆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창군이 복분자 특산지로 유명하다. 복분자 산지인 고창 지역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 그 고장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살림이 넉넉하고 금슬도 좋았지만 늙도록 자식이 없었다. 자식 때문에 늘 걱정을 하며 살았는데, 환갑을 앞두고 귀한 아들을 얻었단다.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늦게 얻은 귀한 아들은 날 때부터 몸이 허약하여 병을 달고 살았다. 노부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다가 이 아이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귀여운 아이가 안타깝게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 말을 전해 들은 노부부는 그 스님을 쫓아가 스님 앞에 엎드려 사정을 하였다. "스님, 제발 우리 아들을 살려만 주십시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스님은 노부부가 너무 간절하게 부탁을 하자, 한 가지 비방을 일러주었단다. 그 비방은 다름 아니라 산에서 자라는 산딸기를 따다가 아이에게 먹이라는 것이었다. 그 길로 노부부는 가시에 찔리고 긁혀도 열심히 열매를 따다 아들에게 먹었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일어나 요강에 오줌을 누는데 그 소리가 폭포수 같았다. 어찌나 오줌발이 세던지 요강 이 엎어졌다. 그리고 아이도 건강하게 자랐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그 열매를 먹고 요강이 엎어질 정도로 힘이 세졌다고 하여 복분자라 불렀단다. 의학적으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복분자가 신장기능을 강화하여 빈뇨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빈뇨증이 사라지니 밤새 요강에 소변을 볼 필요가 없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게 된다. 따라서 요강을 씻어서 덮어두게 되므로 복분자라고 일컫는 의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