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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눈(雪) 높이 눈(眼) 높이(8/06)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겨울철 순례길의 길잡이

by 금삿갓

고산지대의 순례길을 걸으면 사진과 같은 막대기들이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가로등도 아니고 가로수도 아닌 쇠막대기를 길가에 왜 박아 놓았을까? 봄, 여름, 가을에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겨울에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이 막대기의 소중함을 잘 알 것이다. 이 막대기가 바로 겨울에 오는 눈의 높이를 가늠하여 순례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추운 겨울에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겠지만 옛날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순례객들이 많았나 보다. 그래서 이런 눈 속에서 길을 표시하는 말뚝을 설치하는 것이 수백 년의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해발 1,300m를 넘는 고지대의 순례길에는 어김없이 이런 말뚝이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레온 산(Montes de Leon)의 산간 마을인 엘 마세보(El Acebo) 마을은 수 백 년 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왕의 특명으로 세금 납부와 군대의 징집을 면제받았다. 왜냐하면 이 마을에 사는 그들에게는 다른 의무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그 의무란 것이 바로 겨울이 돌아오면 800개의 말뚝을 순례길에 설치하여야 했다. 그래서 순례객들이 안전하게 길을 찾아 산티아고로 무사히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지대의 폭설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젊은 시절 스키를 좋아해서 일본으로 스키 원정을 가끔 다녔다. 주로 가는 곳이 공예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 스키장이다. 해발 2,000m의 고원지대에 있는 매머드급 스키장이다. 아마 용평스키장의 5~6배 정도 크기이다. 스키장 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른 슬로프로 이동해야 한다. 100% 자연설이고 스키장 정상은 스노우 몬스터(Snoe Monster)라 불리는 것이 많다. 주목들이 눈이 덮인 채 얼어서 멀리서 보면 괴물 같아 보여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의 폭설은 자고 일어나면 1m 정도 내린 적도 있었다. 렌터카를 빌려서 스키장 호텔 앞에 주차해 두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찾을 찾을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러니 고산 지대의 눈으로 인한 길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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