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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산속의 엘 아세보 마을(8/06)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목재 테라스가 멋진 집들

by 금삿갓

산 정상 부근의 폐허가 된 마을인 마하린(Manjarin)이 1458m이고, 이 마을에서 다시 1515m의 언덕을 넘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이제까지 모든 순례길은 완만하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이곳은 정말 최악이다. 마치 설악산 중청봉에서 희운각 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처럼 가파르고 돌멩이도 많고 험하다. 한국의 무박 종주 트레킹을 많이 경험한 조선 과객 금삿갓이야 별로 어려운 길이 아니지만, 동반하는 사람은 발에 물집까지 있어서 정말 무척 고생스러웠을 것이다. 발이 아프다고 업고 갈 수도 없다. 코스가 너무 가파르고, 배낭도 있기 때문에 혼자서 감내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아스라이 마을들이 보이지만 엄청 먼 거리이다. 힘겹게 도착한 마을이 엘 아세보(El Acebo) 마을이다. 해발 1,150m의 산속에 있는 정말 아담하고 예쁜 마을이다. 정식 이름은 El Acebo de San Miguel이고, 켈트족의 영향을 받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수 백 년 동안 가톨릭 왕들에 의해 세금과 군대에 징집을 면제받는 특혜를 누렸다. 왜냐하면 이 길은 프랑스 순례길의 중요한 지역으로 겨울에 눈이 오면 순례자들이 길을 잃고 얼어 죽거나 굶어 죽기 때문에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을이었다. 마을에는 오래된 집들이 있는데, 다른 마을의 건물 지붕은 붉은색이 대부분인데, 이 마을 건물의 지붕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서 특이하고, 건물의 벽체 밖으로 설치된 목재 테라스가 고색창연하게 건축되어 있고, 아름다운 꽃들을 재배하고 있어서 아주 아름답게 보였다.

마을에는 산 미겔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 Miguel)이 있고, 전원풍의 건축물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티아고 상이 보존되어 있는 성당이다. 마을에는 또 산 로께 성소(Ermita de San Roque)도 있는데,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건물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순례길을 걸으면 마을의 끝 부분에 하인리히 크라우스 기념물(Monumento a Heinrich Krause)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순례길을 가다가 1987년 8월 13일 이곳에서 70세의 나이로 사망한 독일의 자전거 순례자 하인리히 크라우스(Heinrich Krause)의 죽음을 기념하는 철제로 된 자전거의 모형으로 기념비를 만들어 놓았다. 이 코스의 길이 너무 가파르고 험하기 때문에 특히 자전거 순례자들의 안전이 최고로 요구된다. 그들과 부딪히면 자전거 탑승자나 도보 순례자나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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