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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철 십자가에서 기도를(8/06)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고향의 돌을 남기고 떠나는 곳

by 금삿갓

고산지대의 마을 폰세바돈(Foncebadon) 마을에서 약간 과음한 상태에서 자고 일어나 6시 40분경에 순소를 나서서 출발했다. 아직 일출은 안 되었고, 어둑한 상태에서 언덕길을 오른다. 길 옆에는 그 옛날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과 수도원이 있던 곳에 허물어진 잔해만이 황량한 들판에 덩그러니 서있다. 저 멀리 동쪽으로 불그스름한 하늘을 배경으로 마지막 남은 허물어진 벽체가 마치 개선문의 아치처럼 서있다. 자갈길을 올라가니 산티아고 236Km 도로 표지석이 나온다. 남은 거리가 점차 줄어드니, 이 여정도 끝날 시기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해발 1504m의 정상에 오르자 기다란 철 십자가(La Cruz de Ferro)가 우리를 반긴다. 이곳의 산들은 정상이라고 해도 그 넓이가 매우 넓어서 그냥 우리네 동네의 평야와 비슷하다.

<폰세바돈을 떠나며>
<폰세바돈을 떠나며>
<폰세바돈을 떠나며>
<폰세바돈을 떠나며>
<폰세바돈을 떠나며>
<폰세바돈을 떠나며>
<이라고 산 언덕>
<이라고 산 언덕>


<이라고 산 언덕 : 금삿갓>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이 철 십자가는 아주 심플한 형태로 모든 것이 철로 된 것이 아니고, 제일 꼭대기만 철이다. 나무 지주 위에 있는 철 십자가는 오래되어 녹이 잔뜩 슬어 있고, 나무 지주는 5미터 정도 높이이다. 원래 이 언덕의 정상은 선사시대의 제단이 있었고, 로마 시대에 길과 교역의 신이자 도둑의 신인 메르쿠리우스(Mercurius)를 모시는 사제들의 제단이 있었단다. 영어로는 머큐리(Mercury)에 해당된다. 로마 여행자들은 메르쿠리우스에게 자칼을 제물로 바쳤고, 이 풍습은 갈리시아 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져서 당시 그들은 까스띠야(Castilla)를 여행할 때도 자칼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그 후 가우셀모(Gaucelmo) 수도원장이 이곳에 첫 번째 십자가를 세우면서 중세의 순례자들은 십자가에 경배하며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봉헌했다. 현대의 순례자들은 고향의 돌을 가져오곤 했던 옛날의 관습을 바꿔서 자신의 물건이나 사진, 쪽지, 기념물 등을 이곳에 남기는 전통을 이어간다. 무게가 그리 나가지 않는 조약돌을 아직도 가져다 두는 순례자도 있다. 아니면 그들이 지닌 물건 중 하나를 이곳에 두고 가는데, 조선 과객 금삿갓이 보기엔 돌멩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괜히 쓰레기가 되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철 십자가>

네덜란드에서 온 순례자가 돌무더기에 꿇어앉아서 기도를 한다. 무엇이 그리 간절한지 무릎이 아플 텐데 열심히 기도를 올린다. 조선 과객 금삿갓도 무언가 빌며 기도를 해볼까 도전했다. 돌무더기에 무릎으로 꿇어앉는 게 통증이 심했다. 온몸이 뻣뻣해서 꿇어서 하는 것은 젬병이다. 철 십자가를 기준으로 한쪽 숲 앞에는 작은 성당이 있고, 성당 앞의 넓은 공터에 누군가 묘한 미로 형태의 동심원 조형물을 땅에 설치해 놓았다. 성당 이름은 산티아고 아뽀스똘 성당(Ermita de Santiago Apostol) 인데, 1982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성당의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반대편에는 넓은 공간에 쉼터가 크게 조성되어 있다.

<철 십자가 : 금삿갓>
<철 십자가 : 금삿갓>
<철 십자가>
<철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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