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철 십자가(La Cruz de Ferro)에서 내리막길을 2.3Km 정도 내려오면 폐허가 된 마을인 만하린(Manjarin)을 만난다. 이 마을은 거의 폐허가 되어서 보기에도 을씨년스럽다. 그런데 이곳의 쓸만한 건축물을 재건하여 순례자용 알베르게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딱 하나 있다. 이곳의 해발고도가 1458m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묵어도 기분이 괜찮을 것 같았다. 공기도 상쾌하고 시야가 넓어서 가슴이 탁 트인다. 알베르게 주변에 돌담과 나무 목책을 얼기설기 만들어 놓고 여러 나라의 국기를 걸어 놓았다. 우리나라의 태극기도 커다랗게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매우 뿌듯했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지나갈 때는 영업을 하지 않는지 출입구를 봉쇄해 놓았다. 아마 주인장이 이곳을 비우고 다른 곳에 볼일을 보러 간 모양일 거다. 만하린 마을을 지나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오면 저 멀리 산등성이에 통신용 철탑도 보이고, 능선을 타고 풍력발전기들이 열심히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