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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06. 2024

310. 묵시아의 일몰(8/16)

태양, 대서양에 빠지다

아, 조선과객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도보 여행과 산티아고-묵시아 간 90Km 버스여행이 오늘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마침 땅끝 마을 해안선 바위 위에서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무리하는 마음속 감회는 도리어 섭섭한 기분이다. 한 달간의 고행이라면 고행인 여정을 끝내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 어쩌면 아쉬운 마음이다. 교회의 첨탑 사이로 바라보면 저 멀리 바다 위에 구름띠를 두른 하늘 끝에 붉은 태양이 잘 가라고 손짓을 하면서 얼굴을 가리기 시작한다. 저녁을 맞아서 고기잡이를 마친 어선들이 다시 포구를 찾아 조용히 밀려오고, 갈매기는 둥지를 찾아 날아들 것이다. 방랑객 금삿갓도 오늘 밤을 지내면 묵시아를 출발하여 다시 포르투갈과 스페인 중부, 동부, 남부 지방 그리고 프랑스 지중해 연안과 피레네 산속의 안도라 등을 떠돌 예정이다. 그런데 왠지 바위에서 붙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떠나면 언제 걸어서 이곳을 다시 올진 기약도 없고 기회도 없을지 모른다. 스스로를 찾아 떠난 순례길에서 조선 과객 금삿갓은 정녕 스스로를 찾았을까? 마음 한 구석이 아직 미진하다면 스스로를 찾지 못한 것일 게다. 더 방랑하며 더 찾아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다고 찾아질지도 모르지만. 두 다리와 두 발이 성한 그 시간까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찾는 게 방랑객의 숙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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