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레가르다 마을을 지나(7/2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청소 열심인 공무원

by 금삿갓

팜플로나 시내 지역을 지나 교외의 길로 한 시간 이상을 걷자, 페드론 언덕의 풍력 발전 프로펠러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원래의 순례길을 따라 저 언덕을 넘어가야 용서의 조형물을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쉬운 길을 택하여 걷느라 용서의 조형물을 못 보고 지나간다. 그렇다고 언덕을 피할 수는 없다. 그 보다 더 약간 북쪽으로 낮은 곳을 넘을 뿐이다. 그러면 고개를 넘어 우르테가(Urtega) 마을을 피해서 지방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서의 조형물을 약간 소개하면 이렇다. 페르돈 언덕 정상에 설치된 철로 된 조형물이다. 1996년 이 지역의 “나바라 까미노 친구의 협회”에 의해 만들어진 철로 만들어진 조각품이다. 정상 부근에 풍력 발전소 프로펠러들이 열심히 돌아간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해 줄 것도, 용서를 받을 것도 없는 그런 상태의 인간으로 살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기에 용서의 언덕을 피했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카미노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이해를 돕기 위해 좀 퍼 왔다.

목이 마르고 힘들어서 찾아든 마을이 레가르다(Legarda) 마을이다. 정말 작은 마을인데 성당도 있고, 학교도 있고, 시청 건물도 있다. 마을 입구에서 예쁜 젊은 처녀가 빗자루를 들고 길거리 청소를 열심히 하기에 신기했다. 성당 뜰에 설치된 순례객 음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시면서 쉬는데, 예의 그 처녀가 시청 건물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니 공무원이란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으니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우르테가 마을로 가란다. 정말 맥 빠지는 얘기다. 우린 일찌감치 그 길을 박차고 다른 길로 걷는다고 말하며 발의 상태를 보여준다. 웃으면서 마음대로 하란다. 그나마 젊은 여성이라 참견이 덜하다.

성당 옆의 순례자나 시민들의 음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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