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01229)
2008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 성폭행·상해 범죄자인 조모(謀)씨가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그보다 더 흉악하게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모(謀)씨, 10대 청소년 5명을 성폭행한 이모(謀)씨도 출소를 앞두고 있단다. 김모(謀)씨와 이모(謀)씨는 해당이 없지만 조모(謀)씨는 전자팔찌 착용 7년, 신상 공개 5년형이 출소 후부터 기산 되어 시행된다. 그래도 거주지 주변이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모든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언제 어느 곳에서 피해자가 생길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학적(化學的) 거세(去勢) 논란이 크게 일 정도이다.
동물의 세계에는 본능적으로 짝짓기를 통해서 종을 번식시킨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유전자를 더 확산시키려고 암컷의 동의 없이도 강제로 교미(交尾)를 한다. 동의 없이 행하는 교미가 바로 인간 사회의 강간(强姦)에 해당한다. 도덕과 윤리가 없는 동물이기에 우리는 이를 용납(容納)하고 자연 질서의 일부로 생각한다.
모든 동물에 있어서 교미는 세 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가 번식(繁殖)의 수단이다. 이는 가장 저차원의 의미이다. 두 번째는 우수 유전자(遺傳子) 창출의 수단이다. 자기와 다른 유전인자와의 결합을 통한 더 나은 후손의 유전자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가 소통(Communication)의 수단이다. 고등 동물일수록 이 의미가 점차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은 쌍방이 합의되어야 원만하게 이루어지므로 일방의 강압에 의한 것은 규율로 통제를 하는 것이 맞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성 간의 성적(性的) 결합에 대한 보호와 처벌제도를 두어왔다. 혼인의 순결성(純潔性)과 가정의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윤리적, 도덕적 가치규범을 만들었다. 이 가치를 사회적 국가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무분별한 성적 접촉은 법으로 다스렸다. 즉 혼인한 사이가 아닌 모든 성적 행위는 당사자의 합의여부를 떠나 법적으로 처벌의 대상이었다.
중국은 당나라 이전까지는 간음(姦淫)에 대한 처벌 규정이 나타나지 않고, 당대(唐代)에 와서 비로소 처벌하는 법률이 기록되어 있다. 당나라의 규율은 세밀하지 않았으나 명나라의 대명률(大明律)에는 10가지 조항을 갖춘 〈범간(犯姦)〉이라는 독립된 편목을 세우고 형률(刑律)에 포함시켰다. 죄의 경중(輕重)과 형벌의 양(量)을 유교적 윤리에 맞추어 재조정하였다. 우리나라는 이 대명률을 따랐다.
요즘 많이 일어나는 성범죄의 유형을 그때의 법률로 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현대에는 간통죄(姦通罪)가 폐지되었지만 당시에는 화간(和姦) 즉 간통은 쌍방 모두에게 곤장 80대이다. 남편이 있는 유부녀면 곤장 90대이다. 조간(刁姦) 즉 여자를 꾀어내서 간통하면 곤장 100대이다. 요즘 성폭행에 해당하는 강간(强姦)은 교수형이고, 강간 미수범은 곤장 100대에 3,000리 유배이다. 요즘 아동성폭행(兒童性暴行)에 해당하는 12세 이하의 어린 여자를 간음하면 비록 화간(和姦)이라도 강간과 같이 교수형(絞首刑)이다. 종이나 고용인이 주인집의 여자를 간음하면 참수형(斬首刑)이다. 조모(謀)씨는 조선시대였다면 교수형 감이다.
관리(官吏)들의 성범죄 처벌 기준은 이렇다. 관원이나 이전(吏典)이 관할하는 백성의 처나 딸과 간음하면 곤장 100대이고, 직책(職責)을 파하여 다시 채용하지 않는다. 옥에 갇힌 부녀를 간음하면 곤장 100대에 징역 3년이다. 요즘 많이 발생하는 직위나 위세를 이용한 미투(Me-too)사건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었다. 관리가 창우(娼優 : 관기의 집에서)와 자면 곤장 60대이다. 관원의 자손도 같은 죄면 또한 같다. 치인(治人)에 전념해야 하는 관리가 창부(娼婦)의 집에서 자는 것은 비록 간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행동거지에 흠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금한다. 부녀자들이 의녀(醫女)나 궁녀(宮女) 이외의 관리로 등용(登庸)되는 경우가 없어서 요즘 같은 직장 내 미투(Me-too)에 대한 처벌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성종 11년 1480년 12월 29일에 동지중추부사 이계동(李季仝)이 선정전(宣政殿) 잔치에서 술에 취해 기생 연경비(燕輕飛)에게 귤을 던지며 희롱하다가 직첩(職牒)을 거두고, 해남으로 유배되었다. 기생 연경비(燕輕飛)는 그 시절 여러 사대부와 얽혀서 상대방들이 사헌부의 탄핵(彈劾) 대상이 되었다. 그들을 보면 종친(宗親)인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은 아내를 버렸다가 직책을 박탈당했고, 족친위(族親衛) 윤유덕(尹有德)은 간통을 조사하자 도망치고, 왕의 사위였던 당양위(唐陽尉) 홍상(洪常)도 그녀와 간통하여 거제로 유배되었다. 경종 1년 1721년 9월 10일에 종친인 영은군(靈恩君) 이의천(李義天)이 양가 여인을 강간하여 교수형을 당할 처지인데 왕이 사면하여 불문에 부쳤다. 태종 4년 1404년 2월 27일에 주인 부부가 사망하자 집안의 노비인 실구지(實仇知)가 처남과 공모하여 남은 어린 세 딸들을 강간하여 참수형을 당했다.
근래에 여권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연이어서 부하 여직원들에 대한 권력형(權力型) 성범죄 사건이 터졌다. 장래 대권(大權)의 꿈을 키우며 명망 있던 인사들의 성범죄 행위로 모든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본인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로 2019년 2월에 징역 3년 6월을 받아 복역(服役) 중이다. 2020년 4월에 부하 여직원 성폭행 혐의로 사퇴한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 계속 진행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성추행 혐의가 드러나서 상습적(常習的)인 성폭행 혐의가 짙어 보인다. 2020년 7월에는 수도 서울의 박원순 시장이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고소(告訴)되자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부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다가 2017년에 강간미수범(强姦未遂犯)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과거 조선시대처럼 참수(斬首)하지는 못하지만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직장 내 권력관계에 의해 암암리(暗暗裡)에 이루어지는 성폭행범에게도 이 같은 처벌이 병행(竝行)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나 선출직 고위공무원들의 성범죄 행위는 본인에 대한 화학적 거세만이 아니라 그런 인사를 공천(公薦)한 정당에 대한 정치적(政治的) 거세(去勢)까지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추계(推計)에 따르면 2021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 재보궐(再補闕) 선거 비용이 약 838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비용은 570억 5,900만 원, 부산시장 보궐 선거경비는 267억 1,300만 원에 달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2020년 11월 3일 발표한 <재·보궐선거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①재·보궐선거를 초래(招來)한 당선자나 정당 부담 : 42.2%, ②국민 세금 부담 : 22.9%, ③선출직 중도 사퇴한 후보를 공천(公薦)한 정당 부담 : 14.0%, ④선출직을 중도 사퇴한 후보 부담 : 12.8% 순으로 응답했다. 결국의 귀책사유(歸責事由)가 있는 집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69% 즉 2/3을 초과한다. 애꿎은 서울과 부산 시민들이 오롯이 그들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도둑맞은 꼴이다. 이런 것은 반드시 시정(是正)되어야 한다.
정치적 거세는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해 시행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해당 정당에 정치적 책임을 부과하여 일정기간 그 자리에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 기간은 범법행위자의 남은 임기 기간이 적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보궐(補闕) 선출에 들어가는 선거비용을 전액을 그 정당에 부담시키는 것이다.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선거비용을 부담시키는 정치적(政治的) 거세(去勢)는 권력형 성범죄(性犯罪)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제도가 될 것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