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인사청문회 유감

금동수의 세상 읽기(201221)

by 금삿갓

우리 속담(俗談)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지인지감(知人之鑑) 즉 사람의 능력과 성품에 대한 감식력(鑑識力)은 중요하지만 어렵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사람의 평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방법을 내놓았다. 공자(孔子)는 그러한 앎에 대하여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나면서부터 아는 것(生而知之)이 최고요. 배워서 아는 것(學而知之)은 다음이며, 곤경에 처해서 배우는 것(困而學之)은 그다음이다.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것(困而不學)이 최악이다. 나면서부터 아는 수준은 극히 어렵지만 최소한 배워서 알거나 경험으로 배우는 단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자는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을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제시했다. 그의 행동하는 태도를 눈여겨보고(視其所以), 행동하는 연유를 두루 살펴보며(觀其所由), 그가 품은 속마음을 자세히 헤아려보면(察其所安)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人焉廋哉)? 사람의 행동은 마음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공자는 단순히 보는 견(見)이 아니라, 시(視), 관(觀), 찰(察)이라고 단계를 높여서 표현했다. 보다는 비슷한 뜻의 단어이지만 함의(含意)가 다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 견(見)은 영어의 look or see, 시(視)는 watch, 관(觀)은 observe, 찰(察)은 read & insight 정도가 아닐까 한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인재를 알아보는 다양한 기록이 남아있다. 공자 이전에 주(周) 나라 강태공(姜太公)의 저술이라고 알려진 <육도(六韜)>의 용도(龍韜) 선장(選將) 편에 사람을 알아보는 8가지 징조인 팔징(八徵)이 있다.

문지이언 이관기사(問之以言 以觀其詳) : 무엇을 물어서 상세한 지식을 보고

궁지이사 이관기변(窮之以辭 以觀其變) : 말로서 궁지에 몰아 그 반응을 보고

여지간첩 이관기성(與之間諜 以觀其誠) : 간접 탐색을 해서 성실함을 보고

명백현문 이관기덕(明白顯問 以觀其德) : 비밀을 고백해서 그 덕을 보고

사지이재 이관기렴(使之以財 以觀其廉) : 재물을 맡겨서 그 청렴을 보고

시지이색 이관기정(試之以色 以觀其貞) : 여색을 미끼로 그 품행을 보고

고지이란 이관기용(告之以難 以觀其勇) : 난리를 알려 그 용기를 보고

취지이주 이관기태(醉之以酒 以觀其態) : 술 취하게 해서 그 태도를 본다.

그 후 기원전 399년년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위(魏) 나라의 문후(文候)가 재상을 뽑기 위해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구하자 다음의 5가지면 족하다고 했다.

거시기소친(居視其所親) : 평소 지낼 때에 어떤 사람과 친한지 보고

부시기소여(富視其所與) : 부유할 때 그가 어떻게 베푸는가 보고

달시기소거(達視其所擧) : 고귀한 지위에 있을 때 누구를 천거하는가 보고

궁시기소불위(窮視其所不爲) : 곤궁할 때 그가 무엇을 하지 않는가 보고

빈시기소불취(貧視其所不取) : 가난할 때 그가 무엇을 취하지 않는가 보라.

장자(莊子)에도 열어구(列禦寇) 편(篇)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구징(九徵) 즉 9가지 징조를 나열하고 있다. 기원전 239년 진(秦) 나라 여불위(呂不韋)의 <여씨춘추(呂氏春秋)> 계춘기(季春紀) 편(篇)에 8가지를 관찰하는 팔관법(八觀法)과 6가지를 경험하는 육험법(六驗法)을 제시했다. 더불어 부모·형제·처자 등 육척(六戚)을 살펴보고, 친구·고향사람·동네사람·출신문벌 등 4가지의 주변 즉 사은(四隱)을 보라고 했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 나라 유소(劉劭)의 <인물지(人物志)>에 실린 팔관법(八觀法) 등도 있지만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방법이다.

송나라 구양수(歐陽脩)는 <신당서(新唐書)>의 선거지(選擧志) 편(篇)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인물 판단의 기준으로 기록하고 있다.

신 체모풍위(身 體貌豊偉) : 신체와 외모가 위풍이 당당하고

언 언사변정(言 言辭辯正) : 언사는 정연하고 분별력이 있어야

서 해법준미(書 楷法遵美) : 글씨는 바르게 아름답게 써야하고

판 문리우장(判 文理優長) : 문리가 트이고 판단력이 우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람의 외면과 더불어

즉선덕행(則先德行) : 먼저 덕행을 살펴보고

덕균이재(德均以才) : 덕행과 재능이 균형이 있는지

재균이로(才均以勞) : 재능과 실천이 올 바른 지를 본다. 이 방법은 일반인이 사위를 고를 때도 자주 이용했다.

이번 주부터 4개 부처의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인사권자나 인사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지인지감(知人之鑑)을 갖추고 있다면 인사가 만사(萬事)로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政權)에서나 인사청문회에 대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인사 검증 부서에서는 무슨 기준으로 검증하고 추천하는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요즘 들어서 인사청문회는 불필요한 제도이거나 국민들에게 희화화(戲畫化)된 제도로 보일뿐이다.

미국은 1789년 인사청문회 제도의 시행 이래 지금까지 231년 동안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거부(拒否)된 경우가 12건에 11명이다. 1900년 이후에 부결(否決)된 것은 4건에 3명이다. 미국은 장관급 후보자보다는 연방대법원 판사들에 대한 부결 사례가 훨씬 높다. 행정부보다는 사법부(司法府)에 대하여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한다. 대법원 판사의 경우 1789년부터 2010년까지 통계를 보면 160명 중 36건이 거부되었다. 장관을 포함한 행정부의 고위직의 경우는 약 2% 미만의 거부인데 반하여 사법부는 22.5% 이상이 거부된다. 우리나라와 판이(判異)하다. 미국은 후보자에 대해 공직자윤리국(OGE),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이 종합적으로 2주~8주의 각종 조사를 하여 검증하고, 상원으로 인준동의안을 넘기면 상임위가 예비조사와 청문회를 개최한다. 많이 걸릴 경우 6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청문회는 주로 자질, 직무적합성, 이해충돌(利害衝突) 여부 등을 효과적으로 검증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인사청문회 조사 결과를 보면, 제도를 처음 도입한 김대중 정부의 경우 낙마율(落馬率)이 12.%로 상당히 높았고,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은 노무현 정부는 3.7%로 상당히 낮았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은 8.9%, 박근혜 정권은 9.2%로 비교적 높았다. 문재인 정권은 취임 초기에 검증 부실로 15.2%라는 엄청나게 높은 낙마율을 보였다. 그래도 당사자나 검증 담당부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예 사법부 구성원이나 집권 2기 개각(改閣)부터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못해도 임명을 강행하여 국민들에겐 청문회가 유명무실(有名無實) 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미 청문 대상자에 대한 갖가지 구설(口舌)이 분분(紛紛)하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로 오를지 몰라서인지, 평소의 성품(性稟)이나 자질(資質)이 원래 그런지 본인의 과거사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질이나 경륜(經綸)이 부족하여 구설에 오르면 국민과 인사권자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사퇴하는 예의염치(禮義廉恥)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인사가 너무 꼴불견이다. 이런 인사를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발 이런 인사가 없기를 바란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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