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발한 벨로라도(Belorado)에서 12km 정도 걸어서 당도한 마을이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Villafranca Montes de Oca) 마을이다. 이 마을은 로마시대 때부터 있었고, 그 당시에는 아우까라고 불리었단다. 과거부터 주교가 거주했던 주요한 도시였다고 한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Santo Domigo de la Calzada)와 부르고스(Burgos)의 중간인 이 마을에는 신비로운 전설과 많은 전통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부터 오카산(Montes de Oca)을 오르게 되는데, 순례길은 1,162m의 발부에나 언덕(Alto de Valbuena) 정상을 넘어야 한다. 옛날에는 이 산에 산적들이 많아서 순례객들의 생명과 재산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한 순례자가 도둑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빼앗기고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순례자의 부모가 간절하게 성 야고보에게 기도를 올리자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실제로 도메니꼬 라피라는 이름의 순례자는 이곳 오까 산의 숲에서 길을 잃어 오랫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는데, 숲에서 나는 버섯을 따먹으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마을에는 산티아고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이 있다. 18세기 후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필리핀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조개껍데기로 장식한 세례반이 있다고 하는데, 조선 과객 금삿갓은 시간 관계상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확인을 하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부르고스 쪽으로 나오는 길에 아주 쇠락하고 오래된 라 오까의 성모 성당(Ermita de la Virgen de la Oca)을 볼 수 있다. 종탑이 없으면 성당이라고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곳의 샘에서 사도 야고보에게 서품 받은 아우까의 첫 번째 주교 성 안달레시오가 순교했다고 한다. 성인의 피가 떨어진 곳에서 샘이 솟았다고 하니 아주 성스런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