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프랑카 몬떼스 데 오까(Villafranca Montes de Oca) 마을을 나와 오까산(Montes de Oca)의 정상을 넘는 길은 떡갈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오르막 숲길이다. 그리 심한 오르막은 아니고 완만한 오르막이다. 중간에 커다란 이정표가 붙어 있다. 모하판 쉼터 지역(Area de Descanso Mojapan) 까지가 1.2Km이고, 오늘 통과해야 하는 마을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San Juan de Ortega)는 아직 12Km가 남았다. 부르고스(Burgos)는 다음말 종착 예정지인데 36Km 정도 남았다.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는 526km다. 갈길이 아직 멀었다. 이번에 나오는 모하판 쉼터는 도보 순례자, 자전거 순례자, 승마 순례자가 모두 쉴 수 있는 아주 넓은 쉼터였다. 아담한 원두막도 하나 지어져 있었다. 원두막에는 기다란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고, 쓰레기통도 잘 비치되어 있다. 야외의 넓은 공간에는 시멘트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승마 순례객들이 말의 먹이를 줄 수 있는 야생초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길옆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 꽃의 이름을 알아보려고 네이버를 검색해 보았는데 알 수 없었다. 구글 렌즈를 통해 검색을 하니 에리카 키네레아(Erica Cinerea)란다. 원산지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이고, 진달래과의 관목식물로 나온다. 진달래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약간 고지대의 언덕이나 산악 지형의 순례길에는 이 꽃이 그냥 길옆을 점령했다고 생각하면 맞다.
오까산(Montes de Oca)의 정상인 발부에나 언덕을 넘어 조금씩 내리막을 내려가다 보면 아주 작은 시내인 세라타 데 라 페드라하 강(Rio Cerrata de la pedraja)의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리고는 푸에르또 데 라 페드라하(Puerto de la Pedraja)에 닿는다. 이곳의 순례길에 누군가 돌무더기로 아주 길게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다. 순례길을 걷는 피곤한 와중에 이렇게 돌멩이들을 주어와서 거의 50m도 넘게 아주 기다란 이정표 표식을 길에다가 만든 것이다. 지나가는 모든 순례객들이 이 돌무더기 이정표를 보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곤 한다. 이런 상징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순례길의 천사라고 생각된다. 스스로 힘들고 고생하지만 다른 피곤한 순례객들에게 이로가 되는 행위를 아낌없이 하는 순례길의 천사 말이다. 힘든 순례객을 말로써 위로하는 천사도 있고, 아픈 이에게는 가지고 있는 약을 건네는 천사도 있으며, 목마르거나 허기진 사람에게 마실 물이나 먹을 것을 건네는 천사도 많다. 순례길에는 정말 천사가 많다. 뒤 따르는 순례객들 중 주섬주섬 돌멩이를 더 모아 와서 길이를 늘이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