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은 초라하고 조그만 비얌비스따(Villambistia) 마을의 음수대를 지나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Espinosa del Camino) 마을로 이어진다. 약 1Km 정도 지나고 공원을 오른쪽으로 끼고 고속도로를 건너가다 보면 왼쪽으로 마을이 보는데,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 마을이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유적은 보이지 않고, 전원풍의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특색을 이루는 마을이다. 보기에 은퇴한 스페인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적합해 보이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마을의 출구는 성모승천 성당을 오른쪽으로 두고 이어져있으며, 왼쪽으로 바르셀로나의 은퇴한 사업가가 운영한다는 사설 알베르게가 있었다. 그래서 이 조그만 마을에 알베르게가 무려 3개나 있었다.
마을을 빠져나온 순례길은 계속되는 밀밭을 지나 이어진다. 548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뒤로하고 걷는데 밀을 수확하는 농부가 보인다. 커다란 농기계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면서 열심히 밀을 수확하고 있었다. 까미노는 계속 밀밭 사이로 이어지고,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Villafranca Montes de Oca) 마을이 보인다. 거기서 내리막을 내려오면 부르고스(Burgos)를 만든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Diego Rodriguez Porcelos) 백작이 말년을 외롭게 보낸 산 펠리세스 수도원(Monasterio de San Felices)의 유적을 만나게 된다. 벽돌로 쌓아 만든 수도원이었는데, 다 허물어지고 아치형 문설주와 약간의 벽체만 남아서 옛날의 전설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9세기경에 만들어진 이 수도원은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를 1Km 정도 남겨둔 까미노위에 세워져있다. 모사라베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 오래된 수도원에서 현재 남아있는 것은 서고트 양식을 따른 발굽 모양의 아치와 소성당의 잔해뿐이다. 이 수도원은 부르고스 시를 세운 돈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가 영원히 잠든 곳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