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라도(Belorado)를 출발하여 오카산을 넘어 24Km를 걸어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San Juan de Ortega) 마을에 당도했다. 이 마을은 12세기부터 조성된 오래된 유적의 도시이다. 순례길의 성인인 산 후안 데 오르테가(San Juan de Ortega)는 1142년 경 그의 친구이자 동료 성자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go de la Calzada)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그의 이름을 딴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수도원(Monasterio de San Juan de Ortega)을 지었다. 당시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순례자 병원, 순례자 숙소 등으로 용도가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도 68개의 침상이 있는 알베르게가 이곳에 있다.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성인은 임신과 다산을 도와준다고 믿어져 왔다. 옛날 카스티야 왕국의 가톨릭 왕으로 불리는 이사벨 1세 여왕도 이 성인의 무덤을 찾아와 경배하며 자신이 무사히 아기를 낳기를 기도했단다. 기도가 끝나고, 여왕은 성인의 유해를 볼 수 있도록 돌로 된 석관을 열라고 지시했다. 성인의 무덤을 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성직자와 수도사들은 망설였다. 결국 여왕의 고집으로 석관의 뚜껑을 열자 하얀색의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던 여왕이 사람들을 시켜 관 뚜껑을 닫자 벌들은 다시 석관의 작은 구멍으로 날아 들어갔단다. 여왕과 사람들은 이 벌들이 성인이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태어나지 못한 영혼들이라고 여겼다.
이 마을에는 12세기와 13세기에 지어진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 니꼴라스 소성당 (Capilla de San Nicolas)이 있다. 그 후 이사벨 1세 여왕이 1477년에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수도원 (Monasterio de San Juan de Ortega)을 순례하고 감명을 받아 부르고스 대성당을 건축한 후안 데 콜로니아에게 이 산 니꼴라스 소성당 (Capilla de San Nicolas)에 고딕양식의 아치를 추가시켰다. 이 성당에 매년 춘분인 3월 21일과 추분인 9월 21일 오후 5시(태양 시간)에 태양의 빛이 성당의 주두 정면에 놓인 작은 창문을 통해 작은 빛줄기를 만든다. 이 빛줄기가 기둥 꼭대기에 돌로 조각된 조형물들을 차례로 비춘다고 한다. 처음으로 그리스도가 태어날 것이라고 성모에게 나타난 대천사의 부조부터 시작하여 예수의 탄생, 예수를 경배한 동방박사, 목동들에게 예수가 태어났다고 알려주는 장면을 차례로 비추는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빛의 기적이라 부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