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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Oct 10. 2023

132. 오르바네하 리오삐코 마을(7/27)

원죄 없는 잉태 소성당

오르바네하 리오삐코(Orbaneja Riopico)는 오늘 아침에 아헤스(Ages)를 출발하여 네 번째 들리는 마을이다. 걸은 거리는 11Km 조금 되는 거리다.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마을과 농경지가 붙어있어서 완전 농촌 마을인데, 마을 중앙으로 난 순례길을 따라 걸으니 인적이 없다. 조용한 마을의 집집마다 담장 위에 각종 동물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서 올려 두었다. 지나가는 순례객의 위안이 되라고 한 것인가 보다. 이 마을은 규모가 작아서 순례객을 위한 알베르게도 침상 18개의 숙소 하나밖에 없다.  특별히 둘러볼 게 없어서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이 마을에 1566년에 건립된 원죄없는 잉태 소성당(Ermita de La Inmaculada)이 있다. 중세풍의 석조 건축의 종탑이 있다. 그리고 산 미얀 수도원장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 Millan Abad)이 있다. 이 성당은 내부에 성 로께(San Roque)의 조각상이 있고, 그동안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봉헌한 봉헌물도 설치되어 있단다. 성인 산 로케는 원래 프랑스 국경지방인 몽펠리에에서 총독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불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했는데, 성모 마리아에게 간절히 기도한 덕분에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로케이다. 어릴 때부터 가슴에 붉은 십자가 표시가 자라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같이 젖먹이 때부터 금식 기도를 했단다. 20세가 되어 부모가 사망하자 모든 재산을 주변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본인은 로마로 탁발 수도승으로 떠났다. 다니면서 병든 사람을 치료해 주면서 기적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러다가 그는 마침내 병에 걸렸다. 그는 숲 속으로 물러나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오두막을 지었고, 그곳에서 솟아난 샘에서 기적적으로 물을 공급받았다. 고타르도 팔라스트렐리(Gothard Palastrelli)라는 귀족의 개가 그에게 빵을 물어다가 먹였고, 그의 상처를 혀로 핥아 치료하지 않았다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고타르도 팔라스트렐리(Gottardo Pallastrelli) 백작은 빵을 물고 가는 개를 따라가서 로크를 발견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와 회복했다. 만년에 고향 몽펠리에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보게라에서 스파이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 5년을 보내다가 1327년 8월 16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사망했다. 그 후 그의 치유 행위에 대하여 세계 각국에서 그를 성인으로 받들어 큰 점염병이 나면 그를 추모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리스본에서 주로 시작하는 포르투갈 산티아고 순례길의 길목에 있는 빌라가르시아 데 아로우사(Vilagarcía de Arousa) 마을에는 매년 8월이면 바로 이 성인 로케(San Roque)를 기리는 물축제가 열린다. 산로케의 동상을 성당에서 매고 나와서 거리를 행진한 후에 축제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행운을 기원하는 피에스타 델 아구나(Fiesta del Agua) 즉 물의 축제이다. 축제에 참여하면 한여름 더위를 싹 날리고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더운 여름 뙤약볕에 지나가는 순례객들에게 물세례로 시원함을 선사하는 멋진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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