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Rabe de Las Calzadas) 마을 중심을 지나서 마을 어귀로 나오면 길 가의 집들에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크기도 아주 크고 다양한 형태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2021년에 치러진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커다란 사진이다. 이 사람은 필리핀 출신의 여자 역도 선수인 히딜린 디아스(Hidilyn Diaz)이다. 그녀는 필리핀의 국민영웅이다. 필리핀 역사상 올림픽에서 최초의 금메달을 딴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올림픽에서 필리핀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 정부로부터 집과 부지와 함께 3,550만(약 US $660,000) 페소를 받았다. 그런 역도 선수의 사진을 스페인 북부의 고지대 시골마을에서 만난다는 게 매우 이상하고 이유가 궁금했다.
다음 집의 벽화는 더욱 난해하다. 왼쪽은 밤하늘의 은하수 별빛을 받으면서 하염없이 걷고 있는 순례자의 모습이 그즈녁하게 그려져 있다. 중간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복잡한 수식과 기호가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고, 가장 오른쪽에는 아인슈타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인권지도자 넬슨 만델라,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얼굴이다. 이 세 가지의 그림의 연관성은 무엇이고 무슨 의미로 한 폭의 벽화에 담았는지 마냥 궁금하다.
<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는 문구가 여러 나라의 언어로 쓰여 있다. 쓸어진 순례자를 열심히 돕고 있는 다른 순례자의 모습이 보이고, 다른 두 명의 순례자는 그냥 순례길을 지나가고 있다. 순례길의 최우선이 천천히 걷되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면 즉시 도와주는 것이다. 선을 베푸는 것이 곧 하늘의 뜻이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고 거기에 이르는 것이다.
작은 액자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밀밭 그림이 있는 액자에는 <나는 삶의 빵이다>라고 쓰여 있다. 다음은 <나는 좋은 목자(牧者)이다>, 그다음은 <나는 나 자신이다>라고 쓰여 있다. 이 마을의 벽화는 상당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