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순례객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두 발로 걷는다. 그런데 좁은 순례길이나 언덕의 내리막길에서 소리 없이 뒤쫓아와서 휙 하고 지나가는 자전거 순례객들로 인하여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특히 산악지대의 좁은 내리막길에선 정말 위험하다. 자전거 순례객들은 모든 짐을 자전거에 실은 산악용 자전거(MTB : Mountain Terrain Bike)로 내달린다. 무거운 무게로 인하여 가속도가 붙으니 아찔한 속력으로 마구 질주한다. 한 명이 아니고 여럿이 일렬로 마구 달리면 건조한 순례길에 흙먼지도 많이 일으킨다. 도보 순례객에는 눈살을 찢푸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래도 터벅터벅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날쌔게 달려가는 그들이 조금 부럽다. 가끔 자전거의 체인이 끊어져서 쭈그리고 앉아서 그걸 수리하는 것을 볼 때면 오히려 처량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타이어가 펑크가 나도 마찬가지다.
일설(一說)에 따르면 자전거는 1818년에 독일의 칼 폰 드라이스(Karl von Drais)가 말을 대신할 기계를 고안하다가 드디어 원조 자전거 형태를 창안하게 되었단다. 바퀴 두 개를 나란히 연결하여 안장을 만들어 얹어서 두 발로 땅을 박차고 밀어서 전진하는 형태였다. 그 당시 기록으로 시속 15Km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었다니 빨리 지치겠지만 걷는 것보다는 빠른 도구였다. 그는 이것으로 프랑스 특허를 받았다. 이름도 말을 연상하는 댄디 호스(Dandy Horse) 또는 하비 호스(Hobby Horse)로 불렸다. 그 후 1839년 스코틀랜드의 커크패트릭 맥밀런이 페달을 장착한 자전거를 발명하였고, 1879년에 영국인 헨리 존 로손(Harry John Lawson)에 의해 뒷바퀴를 체인으로 구동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이를 바이시클레트(Bicyclet)라고 명명했다. 이는 영어 Bicycle의 어원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895년 미국 망명에서 돌아올 때 서재필 선생이 가지고 온 자전거가 아마 최초일 것이다. 당시 자전거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명칭을 붙였다. 자행거(自行車)·안경차(眼鏡車)·축지차(縮地車)·쌍륜거(雙輪車) 등으로 불렀다. 서재필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윤치호에게 가르쳐 주었고, 윤치호가 하와이에서 자전거를 수입해서 탔다고 한다. 서재필이 자전거를 타고 한양의 여기저기를 단숨에 왔다 갔다 하니까 민중들은 그가 축지법(縮地法)을 쓰는 줄 알았다니 당시의 과학 기술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하긴 순례길에서 한 발 두 발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는 순례객이 축지법을 쓰는 것 같이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