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온타나스 마을 입구까지(7/28)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성 브리히다의 작은 예배당

by 금삿갓

지도상에는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Hornillos del Camino) 마을에서 6.5Km의 거리를 걸으면 산 볼(San Bol) 마을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오르니요스를 지나 언덕을 넘어서 너덜길을 하염없이 걸었는데도 마을은커녕 민가 한 채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카미노 이정표도 잘 살피면서 걸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을 리도 없다. 지도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산 볼은 마을이 아니고, 산티아고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알베르게 하나뿐인 곳이란다. 정식 명칭은 아마 아로요 데 산 볼(Arroyo de San Bol)이다. 이곳에는 원래 전등이나 화장실, 샤워시설 등의 현대적인 편의 시설이 전혀 없는 원시적인 알베르게가 있었고, 그런 원시적인 상태를 즐기는 순례객들이 중세 순례자 체험을 위해 찾곤 했다는데, 지금은 편의시설이 갖추어져서 그런 맛이 없단다. 그러니 마을이 보이지도 않고 민가도 없는 메세타(Meseta) 지역을 걸은 것이다. 1503년 아요로 산 볼은 주민들에 의해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해지는데 기록상으로는 그 전인 1352년 나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곳에 존재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 유대인들이 살다가 박해를 받자 모두 이곳을 떠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조그만 도랑을 건너니 딴생각을 하면 놓치고 말 정도로 작은 이정표가 산 볼의 알베르게를 가리키고 있었다. 길은 모두 너덜너덜한 너덜길로 발바닥이 매우 고생이 많다. 길 가에는 철 십자가도 있고, 산티아고가 477Km 남았다는 이정표도 보인다.

순례길 옆에 또 하나의 먼저 간 순례객을 기리는 십자가가 조용히 서있다. 1956. 3.3일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니에스 크렘(Nies Klem)이란 사람이 2019. 9. 6일에 지상의 순례를 마치고 영원한 순례길로 든 것이다. 조선과객 금삿갓과 갑장인 데다가 생년월일이 3일 차이이다. 정말 동시대의 순례객이었다. 밑에 표지동판에는 <모든 이별은 새로운 기억의 탄생>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기념물이 다른 순례객들에게 새로운 기억으로 되살아 나길 기도해 본다. 언덕 저 밑으로 온타나스(Hontanas) 마을이 보인다. 좀 더 가다 보니 몇 개의 십자가와 돌무더기가 더 보였다. 메세타의 고원 위엔 일렬로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언덕 정상에서 온타나스 마을로 내려가는 험한 너덜길을 조금 내려오면 정말 조그만 예배당이 있다. 메세타의 고독한 험로에 지친 순례객들이 깜빡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순례객의 음수대와 휴식을 위한 의자도 설치되어 있어서 쉬면서 명상에 잠기기엔 최고의 시설이다. 여기에 바로 스웨덴 출신 성녀(聖女) 브리히다(St. Brigida)를 위한 정말 작은 예배당이 있다. 브리히다는 1303년 스웨덴에서 태어나서 1373년 7월 로마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언덕에 약간의 토굴을 파고 둥글게 돌담을 쌓아서 아주 작은 둥근 공간을 만들고 천정은 돔형태로 중앙에 채광창을 설치해 놓았다. 이 토굴 예배당에서 기도를 한 후에 조용히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명상에 취하면 순례길의 피로가 말끔히 가실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44. 자전거 순례객(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