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서 자다(7/3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산티아고 길의 심장

by 금삿갓

오늘 보아디야 델 카미노(Boadilla del Camino) 마을에서 6시 15분에 출발하여, 5개의 마을을 지나 25Km를 걸어서 종착지인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마을에 당도했다. 이 마을은 지리적으로 프랑스 순례길 즉 까미노 프란세스의 정 중간에 위치해 있다. 걸어온 길도 400Km이고 남은 거리도 400Km이다. 그래서 이 마을을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 들어오면 16세기~19세기까지 만들어진 귀족들의 집과 건축물이 제법 있다. 히론 가문의 집(La Casa de los Giron), 로마나 가문의 집(La Casa de los Lomana), 눈물의 집(La Casa de las lagrimas)이라고 부르는 까사 그란데(La Casa Grande)는 요즘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생활 용품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마을에는 아마르기요(Amarguillos; 씁쓸한 맛이 나는 과자)와 또씨니요스 데 시엘로(Tocinillos de cielo; 돼지고기 요리) 그리고 유명한 살치차(Salchichas)라는 소시지도 있다.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마을에는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알베르게도 깨끗한 게 서너 군데 있었고, 옛날 저택들을 개조한 호텔도 유서 깊은 건축물을 잘 활용하여 이용되고 있었다. 특히 조선 과객 금삿갓처럼 가난한 순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 여러 개 있어서 스페인의 씨에스타(Siesta : 12:00 ~16:00 사이에 낮잠 자느라 가게 문을 닫는 시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오늘도 저녁과 내일 아침 거리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았다. 씨에스타 시간 없이 문을 열어 놓은 종업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즐겁게 사진도 찍었다.

이 마을에 있는 산따 끌라라 왕립 수도원(Real Monasterio de Santa Clara)이다. 지금은 수도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로 이용되고 있다. 그레고리오 페르난데스의 피에타가 있으며 16세기부터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장된 미술관이 있다. 이 마을에는 가장 오래된 산따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del Camimo)이 있는데, 12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건물로 정문에는 동방박사의 경배가 조각되어 있고, 파사드에는 황소의 머리 조각상이 있다. 알폰소 7세(1126~1157)의 통치기간에 건설되었고, 백명의 처녀 공물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헌정된 교회이다. 전설에 따르면 까리온에서 이슬람교도들에게 처녀 백 명을 바쳐야 했단다. 그중 네 처녀가 성모 마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해달라고 청했고, 그들을 동정한 성모가 황소 네 마리를 나타나게 해서 이슬람교도들을 쫓아내서 처녀들이 풀려났다고 한다. 이밖에 성당 내부에는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승리의 성모와 도움의 그리스도가 있다. 남쪽 입구는 1130년경 히스파노 랑그도키아파 조각가들이 만들었다. 전체 사원은 17세기에 복원 및 종합 건축되었다.

Espritu Santo 알베르게에 들어갔는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규모가 상당히 크고 쾌적했다. 관리자가 조선 과객 금삿갓이 한국에소 온 것을 알고는 무조건 따라 나오란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따라 나섰더니 알베르게 마당의 저편 담벼락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바로 무궁화였다. 담벼락 밑에 제법 큰 무궁화가 한 그루 잘 자라고 있고 한창 줄기차게 꽃이 피고 지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꽃이 바로 한국의 국화라는 것을 관리인이 알고는 금삿갓을 그리로 데려간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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