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순례자 조각상이 있는 로터리를 통과하여 자동차 도로와 연결된 까미노 표지를 따라 걷다 보면 아래쪽에 나무로 우거진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긴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그라헤라 공원까지 약 2킬로미터에 걸쳐서 이어져있다. 로그로뇨 시민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유모차를 밀고 있는 사람 등 등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면서 지나가는 이방인 순례자들에게 '부엔 카미노(Buen Camino)'를 외친다. 곧 숲이 우거진 그라헤라(Parque de la Grajera) 공원에 도달하고, 공원을 조금 지나면 드넓은 그라헤라 저수지(Pantano de la Grajera)의 둑에 당도한다. 둑 위로 올라서서 넓은 호수를 바라보면 가슴이 시원하다. 이제까지 매일 산속이나 드넓은 평야를 걸으면서 물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넓은 저수지를 보니까 땀이 싹 식는 것 같았다. 카미노 길은 저수지 둑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는 조그마한 공원이 있고, 저수지 언저리를 건너게 해주는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물 위에는 오리 떼들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이곳에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로그로뇨시에서 관리를 한다. 저수지가 끝나는 평지에는 높은 철탑이 보이는데 방송사 34년 경력의 조선 과객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바로 방송 중계용 철탑이다. 그냥 철탑만 뾰족하게 서 있는 것은 보통 라디오 중계용 철탑이고, 철탑 옆에 여러 가지 기구가 붙어 있는 것은 TV 중계용 철탑이다.
공원이 끝다는 지점에 머리와 수염이 하얀 순례길의 은둔자가 길을 지키고 있다. 간단한 오두막집을 짓고 그곳에 순례객들이 필요한 간식거리와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한쪽에는 커다란 지팡이도 많이 준비해 놓았다. 조선 과객은 등산용 스틱도 귀찮은데 어떤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자기 키보다 더 큰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옛날 순례자를 흉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