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매일 지고 가는 배낭의 무게이다. 그래서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입는 옷도 최소한만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 낮에 걸을 때 입는 겉옷 한벌과 예비 또는 다음날 갈아입을 옷 한 벌 즉 딱 두벌만으로 한 달 이상을 버터야 한다. 한여름에 땀과 황량한 벌판길의 흙먼지에 찌든 옷은 매일매일 세탁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 중 숙소를 일단 잡으면 샤워부터 하고 곧바로 빨래를 해야 한다. 숙소에 빨래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수십 명이 숙박하는 숙소에 빨래터는 딱 하나 있던가 고작 두 곳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빨래판은 항상 붐비고 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빨리 도착해서 선점을 해야 나머지 오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줄 서기 싫거나 손빨래가 싫으면 숙소에 8~10유로 정도를 지불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빌려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생활을 한 1주일 이상 하다 보니 조선 과객 금삿갓도 군대생활 이후에는 해보지 않았던 손빨래 기술이 거의 달인의 수준에 도달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빨래의 기술은 최대한 선착순으로 빨래터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야 빨랫줄도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선점할 수 있다. 이곳은 건조한 지역이라서 빨래의 건조는 정말 빠르다.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빨래를 널고 빨래집게로 집어 놓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가서 담벼락 밑에 처박혀 있거나, 개들의 장난감으로 짓이겨진다. 어떤 숙소는 빨랫줄이 이층집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서 이층 창문에서 도르래를 이용해서 널어야 하는 곳도 있어서 늦으면 엄청 곤란하다. 잔꾀를 부려서 샤워실에서 간단한 속옷이나 양말을 세탁하기도 하지만 숙소의 주인장들이 샤워실 세탁을 금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손빨래와 세탁기라고 하니까 옛날 1990년 초 조선 과객 금삿갓이 현직에 있을 때 <유모어 1번지>를 연출했던 코미디계의 대부였고, 성인 Y담 책을 수권을 펴낸 선배 김 모 PD의 유모어가 생각난다. 당시 사내에서는 그 분과 점심 한 끼를 같이 하려고 줄을 섰던 시대였다. 왜냐하면 같이 점심을 하면 최신 뉴버전 성인 Y담 서너 가지를 듣고 잘 기억했다가 다른 회식자리나 술자리에서 새로운 소재를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은 Y담 중에서 손빨래와 세탁기를 지칭한 것이 있는데, 대충 다음과 같다. 어려운 시절 어린아이들과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애들이 점점 커지자 눈치가 보여 부부생활이 불편했다. 궁리 끝에 그들은 부부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세탁기 돌리자고 정하고 신호로 이용하곤 했다. 어느 날 남편이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내에게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다. "여보 오늘은 애들 일찍 재우고 오랜만에 세탁기 돌립시다." 그러자 아내가 "오늘은 피곤하고, 청소도 해야 하니 내일 돌리기로 해요." 대충 정리를 끝내고 잠자리 들어와 보니 아이들도 잠들었고, 남편도 돌아누워 잠들어 있었다. 아내는 남편한테 미안한 생각도 들고, 아이들도 곤히 자니까 돌연 그 생각이 나서 몸이 달아올랐다. "여보, 아까는 미안했어요. 우리 세탁기 돌려요. 네?" 그러자 선잠이 든 남편이 얼른 등을 돌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아까 손빨래 다했어. 피곤해." 정말 매일 빨래터를 선점해야 하는 손빨래는 피곤한 작업이었다. 그 옛날 김삿갓 선배님은 매일 어떻게 옷을 세탁하면서 천하를 주유하셨을까? 멋진 시 한수로 주모를 유혹해서 해결했을지, 주막이 없는 마을에서는 또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