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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4. 2024

260. 유모차로 나눔의 순례길을 걷는 사람

숭고한 고행길을 걷는 나눔의 사나이

이번에 조선 과객 금삿갓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순례객을 만났는데, 좀 특이한 순례객이 몇 명 있었다. 우리는 오로지 두 발로 순례길을 걷는데, 우리 방식 보다 더 편한 자전거 순례객과 승마(乘馬) 순례객도 있었고, 그 보다 더 편한 오토바이 순례객이 있었다. 힘들기에 대한 비교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정도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손수레를 끌고 순례하는 여성 순례객이 있었다. 가장 눈애 띄고 자주 만난 순례객 중에 하나가 바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순례객이었다. 처음 조우(遭遇)한 곳이 팜플로나인데, 중간에 몇 번인가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 반복했다. 그래서 그들과 친해지고 그 길을 걷는 이유를 물어보고 정말 가슴 깊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주인 라 리오하(La Rioha) 출신의 엔리께 라모스(Enlike Lamos)인데 별명을 키께(Kike)라고 부른다. 나이는 46세로 부인은 SMA(척추근육 위축증)을 앓고 있어서 걷지를 못한단다. 그래서 부인 폴라(Pola)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옛날 성직자들이 구도와 치유의 목적을 위해서 순례길을 걷듯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했다. 지금 같이 걷고 있는 아이들은 딸 롤라(Lola)가 10세이고 아들 야고(Yago)가 4세이다. 딸은 자전거를 타고, 아들은 유모차에 태워서 800Km의 순례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부인의 치료를 위해 최초로 2018년에 딸이 5세일 때 유모차에 태워서 산티아고까지 완주를 하였단다. 그때 지나가는 마을의 모든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 명상을 하면서 하느님께 간절히 소원을 빌었더니 다행히 부인의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건강을 많이 회복하였단다. 그리고 둘째인 아들 야고를 건강하게 낳았단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아들이 4살이 되자 다시 산티아고 전 코스의 순례길에 오르게 된 것이란다. 이번의 순례 목적은 부인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SMA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어린이들의 치료를 돕기 위한 기금의 모금과 하느님께 좀 더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위한 고행이자 자선의 순례길이란다. 정말 가슴 찡한 감동의 순례객을 만난 것이다. 그 당시에 벌써 모금한 금액이 8,855유로라고 했다. 1인당 5유로 단위로 기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멀고 험한 길을 10살의 여자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고, 4살의 어린 아들은 유모차에서 늘 즐거운 표정으로 동참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하느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지루함이나 피곤함이 전혀 없이 늘 만날 때마다 평안하고 명랑한 얼굴로 인사하는 아이들이 바로 천사들이었다. 힘든 구간에서는 아빠인 키께가 밧줄을 자전거에 매고 유모차를 밀면서 자전거를 끌면서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을 아마 하늘에서 천사가 보고 하느님께 보고를 잘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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