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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3. 2024

259. 떼이군, 시빌, 뻬로스 마을 지나서(8/10)

사모스(Samos)에서 수도원을 겉핥기로 둘러보고 길을 나서면 자동차도로와 계곡물이 흐르는 사잇길로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한 4Km 정도를 걸어오면 나오는 마을이 떼이군(Teigun) 마을이다. 아주 작고 성당도 하나 있다. 산 도밍고 성당(Capela de San Domingos)인데 아주 작고 약간 낡은 건물이었다. 그 마을은 들어가지 않고 그냥 길을 따라 걷기만 하였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벽체를 돌로 쌓아 올리고, 지붕도 얇은 돌판을 이어서 만들었다. 순례길 옆으로 지어진 닭장에는 우리나라 토종닭처럼 생긴 닭을 사육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스페인 산딸기인 모라(Mora)가 지천이다. 저쪽에서 스페인 어린이와 엄마가 산딸기 덩굴에 둘러서서 열심히 산딸기를 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선 과객 금삿갓도 그들에게 다가가서 산딸기가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같이 따먹었는데 맛이 약간 시고 떫었다. 딸기의 이름을 물으니 모라라고 알려준다.

계속 걸어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면 시빌(Sivil) 마을에 도달한다. 이 마을이야 말로 마을이랄 것도 없다. 성당고 없고, 그래도 순례객들을 위해 Casa Savildi라는 음식점과 알베르게 역할을 하는 펜션하나가 있었다. 우리나라 시골의 헛간 같은 것을 꾸며 놓기도 했고,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지도상에 나타난 선험자의 리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길을 안내지도에 표시된 대로 가면 아이안(Aian)을 거쳐서 사리아(Sarria)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디서 길을 놓쳤는지 우리는 약간 북쪽으로 올라와서 이 마을에 들른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기 때문에 사리아로 못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하는 길이었다. 

<사모스를 지나 사리아로 이동 중>
<사모스를 지나 사리아로 이동 중>
<사모스를 지나 사리아로 이동 중>
<사모스를 지나 사리아로 이동 중>

시빌마을을 지나서 꾸불꾸불한 길을 계속 걸으니 뻬로스(Perros)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는 Capela da Ascension de Perros 성당이 있었다. 크기도 아주 작고 건물도 낡아서 이제 거의 그 기능을 상실하기 일보 전이다. 마을의 집들도 맨 마찬가지다. 오래된 낙후한 마을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도상에 있어서 그런대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길옆이나 교회 옆의 오래된 밤나무들만 무성하게 옛 영화를 지키고 있다. 이곳을 지나 산 마메데(San Mamede) 마을을 지나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사리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묵지는 않았지만 산 마메데 마을에는 그나마 산뜻한 알베르게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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