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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1. 2024

257. 목장의 캥거루족 송아지(8/10)

인간이나 소나 그렇네

자녀가 결혼이나 경제적 생활에서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할 때 ‘캥거루족’이라고 불린다. 이는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경제적으로 독립해 나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캥거루처럼 부모나 가족의 경제능력에만 의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캐나다의 '부메랑(Boomerang) 세대', 일본의 '패러사이트(Parasite) 싱글' 독일의 네스트호커(Nesthocker), 미국의 트윅스터(Twixter) 등이 유사한 용어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길가에 있는 많은 목장들을 만난다. 피레네산맥에서는 말들의 목장이 많고, 소와 양들의 목장도 더러 있었다. 스페인으로 넘어와서는 소 목장이 주를 이루고 말이나 양들은 간혹 보였다. 오늘 길을 걷다가 만난 목장에 매우 이색적인 광경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의 세계에서도 인간들처럼 캥거루족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양과 크기는 거의 어미소와 비슷한데, 스스로 풀을 뜯어먹지 않고 엄마소의 젖을 열심히 빨아먹고 있는 것이다. 덩치가 거의 어미소 만하니 배 밑에 달린 젖꼭지를 찾아서 빨아먹으려니 고개를 숙이고 겨우 가능한 자세이다. 송아지라야 작은 키로 위를 쳐다보면서 엄마 젖을 빨아먹는 게 바른 자세인데 이건 영 아니올시다. 이젠 젖을 끊고 풀이나 사료를 먹으면서 들판을 뛰어놀아야 할 녀석이 처연스럽게 엄머 젖을 물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인간의 캥거루족들이 생각되어 몇 자 적어본 것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9~34세 청년의 58%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중 독립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68%란다. 이 통계도 아마 부모가 지방에 거부해서 어쩔 수 없이 함께하지 않는 인원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녀 독립이 최우선이던 미국 조차 18세에서 34세 사이 젊은 성인 자녀를 둔 미국 부모의 59%가 자녀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발표했다. 아무튼 세대 간 갈등이 깊어가는 시대에 함께 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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