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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5. 2024

261. 사리아의 의심스러운 숙소(8/10)

담요를 조심하라

오늘 아침 뜨리아까스뗄라(Triacatela)에서 07시 30분에 길을 나서서 지도상으로는 21.5Km의 거리를 길을 잘 못 들어서 약간 긴 거리를 돌아서 최종 목적지인 사리아(Sarria)에 도착했다. 사리아는 출발지였던 뜨리아까스텔라보다 낮은 지역이라서 거의 약간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에 평이한 하루였다. 그런데 사리아에 도착하고부터 약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숙소를 전혀 예약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숙소를 잡았으나 비야프랑카 마을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침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비야프랑카보다 더 순례객이 많아서 두 곳을 들러도 빈 침대가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언덕길을 올라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져서 숙소 한 곳을 겨우 확보를 하였다. 길을 잘못 들어서 정규 코스로 오지 않고 더 많이 걸었기 때문에 숙소 잡기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잡은 숙소가 정말 개떡일 줄이야.

사리아는 레온(Leon) 왕국의 마지막 왕인 알폰소 9세(King Alfonso IX)에 의해 도시가 형성되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1230년 산티아고 순례 중 창궐한 전염병으로 인해 이곳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되었단다. 프랑스 순례길에서 만나는 갈리시아 지방의 도시로서는 목적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제외하고 사리아가 가장 큰 도시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Compostela)까지 최소한 마지막 100km를 걸어야 순례증명서를 수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리아(Sarria)는 콤포스텔라에서 100km 지점을 조금 넘기 때문에 짧게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출발 장소이다. 그로 인해 실제로 프랑스 순례길을 걷는 전체 순례자의 3분의 1 이상이 여기 사리아에서 순례를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생장 삐에드 뽀르에서 출발하여 800Km를 걷는 사람의 전체 순례자의 약 8%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이곳부터 순례길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숙소의 여유도 그만큼 복잡해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매일밤 묵을 곳을 예약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했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그깟 숙소 없으면 옛날 김삿갓 선배님처럼 노숙이라도 하면 되겠지 싶어 끝까지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앞으로 숙소 때문에 어떤 고초를 겪게 될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다. 

사리아 강(Rio Sarria)을 건너서 사리아 시내로 들어서는 초입에 순례자 조형물이 거창하게 서있다. 청동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서 도시의 주요 지점으로 도달할 수 있다. 이 길로 올라간 게 패착이 될 줄이야. 마을로 진입하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는데 가장 최 단 코스이고 그러니 오르막 계단인데 다리가 튼튼하다는 것만 믿고 올라가니 메인 거리가 나온다. 처음 만난 숙소부터 물어 물어 빈 방을 찾았는데, 예약이 꽉 찼다고 해서 두서너 군데를 찾아서 겨우 구한 것이 알베르게 <오 두르민넨또(O Durminento)>이다. 바로 큰길에 붙어 있는 건물인데 일단 출입구는 유리로 깨끗하게 수리가 되어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빈 침대가 있느냐고 물으니 아래 사진처럼 젊은 사나이가 친절하게 잘 응대를 해주었다. 2층의 다인실에 침대 두 개를 배정받아서 안심하고 투숙을 했다. 침대의 상태와 실내, 화장실, 샤워실도 그런대로 양호했다. 그런데 모포가 약간 군용 모포 같은 모양이었는데 별로 느낌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별생각 없이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하고, 취사를 위해 시장을 봐 왔는데 약간 나이 든 주인 여자분이 정말 불친절했다. 아나 남자 주인의 어머니일 것이다. 우리가 주방을 쓰려고 했는데 자기네 프라이빗 시설이라고 못 쓰게 했다. 이 숙고에 주방시설이라고는 그곳 하나뿐인데, 정말 황당했다. 어쩔 수 없이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빵이나 과일 음료수 등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주방을 못 쓴다고 했으면 다른 곳을 찾아봤을 텐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식사를 끝내고 시내 관광이나 해야 했다.



사리아에는 막달레나 수도원(Convento de la Magdalena)이 사리아 시내의 언덕 위에 위치해 있으며, 도시와 근교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좋다. 13세기 경 이사벨 여왕 시대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성당에는 플라테레스코 양식 문과 고딕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양식의 회랑이 있다. 13세기 초 순례자였던 예수의 복된 순교자 수도회 소속 이탈리아 수도사들이 순례 병원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살바도르 성당(Iglesia del Salvador)이 13세기에 만들어졌는데,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문에 말발굽 모양의 아치와 부조 장식이 있다. 마을의 제일 위쪽 언덕 위에는 오래된 성곽(Fortaleza de Sarria)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성문을 개방하지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성곽 주위로 커다란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고 가장 높은 곳이라서 도시와 먼 지역까지 전망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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