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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6. 2024

262. 공포의 Bedbug 빈대(8/11)

살인적인 공격력에 당하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도 아닌데, 정말 황당한 공격을 당하고 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70년대에 학창 시절에 늘 입만 갖고 다니면서 남들에게 밥, 술, 커피 등을 얻어먹기만 하는 친구를 빈대라고 불렀다. 그리고 누가 밥을 사는데 꼽사리를 끼는 행위를 가지고 빈대 붙는다고 했다. 이런 빈대를 여기서 만난 것이다. 사리아에서 숙소를 못 구해서 이곳저곳 들려서 몇 번만에 구한 숙소인 <오 두르민넨또(O Durminento)> 알베르게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포의 빈대들의 공격을 받고야 말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서기 전에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베드버그(Bedbug)를 조심하라는 경고의 글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이제까지 숙소의 모포나 담요를 덮지 않고 잠을 잤다. 이곳에서도 덮지는 않았다. 저녁에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한병 다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에 침대 위에 있던 모포를 하나는 베고 다른 하나는 종아리 밑에 대고 누워서 여행기를 열심히 쓰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골아떨어졌다. 장거리 도보 순례의 피로와 술기운에 취하여 빈대에게 물려도 잘 모른 채 아침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숙소에서 아침 06:40에 출발할 때 까지도 증상을 잘 모르고 길을 나선 것이다.

사리아를 완전히 벗어나서 몇 개의 마을을 지나면서 낮의 열기와 몸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니 무언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몸의 이곳저곳이 조금씩 가렵고 발진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얼 잘못 먹어서 식중독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식중독이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라도 나야 할 텐데, 전혀 그런 증상을 없고 목과 얼굴 부위가 조금씩 붉게 발진의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설마 빈대에게 물렸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식중독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상비약으로 준비해 간 소화제를 먹어보기도 했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배낭을 메고 걷는 과정이라 길에서 옷을 벗어 보기고  어렵고 몸이 약간 가려운 것은 참고 걸었다. 워낙 시골길이라서 만나는 마을에는 약국도 하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비약으로 가져간 모기와 벌레 물린데 바르는 물약을 바르고 참으면서 걸었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해서 몸을 보니까 등이며 목덜미 팔, 다리, 얼굴 등 무수하게 물렸다.  그래도 이날 까지는 견딜만했다. 그런데 이곳의 베드버그는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단다. 잔복기가 긴 사람이 있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단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잠복기가 2일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틀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렵고, 긁으면 수포가 커다랗게 생기곤 했다. 더구나 가렵기만 한 게 아니라 물린 부위의 통증도 아주 심하게 고통을 주었다. 가렵고 아프고, 남 보기에도 볼성 사납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시골이라서 병원도 없고, 약국고 찾기 어렵다. 약국이 있어도 문을 닫은 곳이 고작이다. 발목에는 얼마나 세게 물렸는지 복숭아뼈 1/3 정도 되는 물집이 생겼다. 가려워서 긁다가 이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물집이 터지고 나니 통증이 더 심했다.

빈대에 물려서 앰뷸런스 타고 병원으로 실려 갈 수도 없고 고역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겨우 이틀 만에 빨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마을에 도착하여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도 문을 닫았는데, 조그마한 글씨로 오후 4시에 다시 연다고 쓰여있었다. 이 지역의 여름 씨에스타 시간이 문을 닫았던 것이다. 문 열기를 기다려 약사에게 항히스타민제제를 구입하려고 하니, 이것은 원래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란다. 이곳에 의사가 어디 있기나 한가? 정말 대략 난감이었다. 그래서 온몸의 물린 상처를 보여주고 사정 얘기를 해서 겨우 약품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빈대에 물린 데는 특효약이 없었다. 항히스타민제제라고 해야 상처가 빨리 낫는 게 아니라 가려움증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정도였다. 아침, 적녁, 낮 등 수시로 웃통을 벗고 온몸에 약으로 마사지를 해야 했다. 이 상처를 치료하는데 거의 1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정말 끔찍한 빈대였다. 어디 빈대 붙을 곳이 없어서 조선에서 온 늙고 가난한 과객의 피를 빨아먹으려고 달라붙었단 말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도전할 사람들은 정말 언제 어디서든 베드버그를 조심하라고 경고해주고 싶다. 빈대 잡으려다 초거섬건 다 태우는 사람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금삿갓이 묵었던 그 숙소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많은 리뷰에서 베드버그에 대한 경고성 후기가 많았다. 아뿔싸 숙소를 정하기 전에 리뷰를 잘 검색해 봐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본인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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