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레온의 추로스 맛집(8/03)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70년이 넘은 전통 추로스 맛집

by 금삿갓

오늘 아침 06:10에 빌라렌떼(Villarente)를 출발하여 13Km을 걸어서 대도시 레온(Leon)에 입성했다. 역시 고도(古都)이면서 레온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는 이른 아침인데도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시내에 들어와서 시내 중심 도로를 지나서 구도심인 레온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목에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처럼 생긴 노점을 만났다. 마침 그곳에는 커다란 기름솥에서 우리의 꽈배기 비슷하게 생긴 과자를 튀겨서 팔고 있었다. 아침에 출출한데 고소한 기름 냄새와 설탕을 잔뜩 뿌린 튀김 과자를 사 먹는 외국인들을 보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절약 정신에 투철한 조선 과객 금삿갓이지만 달달하고 고소한 튀김 과자 꽈배기를 좋아하는 처지로서 이걸 그냥 지나칠쏘냐. 아침 요기 겸 들려서 사 먹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웬 행운인가. 주인아주머니가 엄청 친절하고 한국어로 인사까지 하면서 주문을 하기도 전에 맛보기 서비스로 몇 개를 집어 주는 것이다. 먹어보니 역시 바삭하고 달달한 맛이 혀끝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이 레온 시내의 추로스 맛집이란다. 워낙 인터넷 맛집 소개 같은 것에 둔감하고 스스로 맛을 본 곳이 아니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만 이외로 좋았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줄을 서서 사 먹고 있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한국 사람들도 무척 많이 찾는 곳이었다. 주인 남자는 그야말로 들러리만 서서 부인의 노고에 거드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남자 팔자에 저런 팔자도 좋아 보였다.

상호가 츄레리아 산타 아나(Churreria)로 표기되어 있고, 구글 지도에서 찾으려면 Churreria Santa Ana(Av. de Jose Aguado, 1, 24005 Leon)로 검색하면 된다. 이곳이 산타 아나 도로의 끝이다. 바로 큰 도로 맞은편 건물이 플라자 산타 아나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장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지 추로스 가격이 자주 인상되었다. 1년 전에 하나에 02유로였는데, 지금은 하나에. 25유로이다. "나는 너의 추로스! 1953년부터"라는 광고 문구로 보아 이 가게가 70년을 넘은 것이다. 오래된 가게이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밀리지 않아서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주 즐겁게 했다. 한국과 K-Pop을 좋아한단다. 다른 곳에 비해 초콜릿을 바른 추로스를 팔지 않고 백설탕만 뿌려주는 곳이다. 초콜릿을 좋아하면 건너편에 잘하는 집이 있으니 거기 가서 같이 먹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아침 식사로 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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