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Leon)을 떠나는 순례길은 산 마르코스(San Mercos) 수도원 앞을 지나면 바로 베르네스가 강(Rio Bernesga)의 다리에 도달하게 된다. 다리에서 보면 강물은 별로 보이지 않고 강바닥에 무성하게 자란 숲이 울창하여 마치 산처럼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복잡한 시가지가 교통 체증과 함께 끄루세로(Crucero) 지구까지 이어진다. 그다음에 까미노 길은 기찻길과 나란히 지나가며 커다란 슈퍼마켓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십자가 광장에 다다르면 기찻길과 멀어진다. 이 광장을 지나가면 레온의 위성도시인 뜨로바호 델 까미노(Trobajo del Camino) 마을이다. 이 마을은 레온 시내와 붙어 있어서 마치 같은 도시로 착각하기 쉽다. 도시가 바뀐다는 이정표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서 조선 과객 금삿갓도 이 마을의 이정표를 촬영하지 못했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길 옆으로 다 허물어진 옛날 주택들의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중세에도 이 마을은 로마 시대부터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도시의 중심에는 레온에서 활동하는 군대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까미노 순례길의 도시답게 산티아고에게 봉헌된 성당과 산티아고 상, 산티아고의 십자가와 조개껍질로 장식된 성당 등이 있다. 사도 산티아고 성당(Ermita del Apostol Santiago)은 18세기에 건축되었으며, 성당의 파사드에는 산티아고 성인의 십자가와 조개껍질로 장식되어 있단다.
뜨로바호 델 까미노(Trobajo del Camino) 마을을 지나가는데, 반갑게도 현대자동차 판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지나올 때마다 일본 자동차 회사의 판매점은 무척 많았지만 한국 자동차 회사의 판매점이 보이지 않았다. 레온시의 위성도시에서 현대자동차 판매점을 볼 수 있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것이 행운이었는지 아래 사진의 건물에 무료 화장실과 쉼터, 야회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자는 누구나 무료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었다. 관리자도 없고, 다만 나무 벤치의 쉼터만 있었다. 화장실 출입문에는 청소는 자진해서 하고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문구가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었다. 유럽에 와서 이렇게 고맙게도 화장실을 개방한 건물을 처음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