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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라 비르겐 델 카미노 마을(8/03)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높은 첨탑과 현대식 성당

by 금삿갓

레온(Leon)의 위성 마을이었던 뜨로바호 델 까미노(Trobajo del Camino) 약 3Km를 걸어오면 당도하는 마을이 라 비르겐 델 카미노(La Virgen del Camino) 마을이다. 잘 다듬어진 자동차 도로를 따라오는 길이고, 이 길이 이 마을의 중심을 지나간다. 이 마을에는 성모에게 봉헌된 성당인 오래된 전설을 지닌 우미야데로 성당(Ermita del Humilladero)이 있었다. 1505년 7월 2일, “엘리사벳의 성모 방문 기념 축제”에 벨리야 데 라 레이나의 목동 알바르 시몬 페르난데스(Albar Simon Fernandez)가 가축을 돌보던 중 성모의 모습을 보았단다. 그는 성모에게 다가갔고 성모는 그에게 말했다. “마을로 가서 주교에게 알리고 이곳에 내 조각상을 보관하기 위한 성전을 세우도록 하라. 그러면 내 아들이 이 땅의 번영을 위해 이곳에 나타날 것이다.” 목동이 놀라서 대답했다. “성모님, 어떻게 하면 절 보낸 분이 성모님이라는 것을 그들이 믿겠습니까?” 그러자 성모 마리아는 목동의 새총과 작은 돌을 집어 들고 돌을 멀리 쏘아 보낸 후 말했다. “주교와 함께 돌아오면 이 돌이 거대한 바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너를 보냈다는 증거가 되리라. 돌이 떨어진 자리가 나와 내 아들이 나의 조각상을 보관하도록 결정한 곳이다.” 목동이 주교에게 가서 사실을 말하고 주교와 함께 이곳으로 돌아오자 모든 것이 성모가 예언한 대로 일어났단다. 주교는 이곳에 우미야데로 성당(Ermita del Humilladero)을 지었다. 이 성당은 1961년엔 현대식 성당으로 재건축되어 ‘까미노의 성모 성당’이라고 이름 붙여졌단다.

까미노의 성모가 일으킨 기적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1522년에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신앙심 깊은 까스띠야 출신의 노예가 있었다. 그의 이슬람교도 주인은 워낙 의심이 많아서 그가 도망갈까 의심해 밤에도 노예를 사슬에 묶어 나무 우리에 가두어 두었다. 그러고도 믿지 못해 주인은 우리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잤단다. 노예는 매일 같이 성모 마리아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어느 날 밤, 나무 우리가 까미노의 성모 성당까지 날아가 노예와 주인을 그 앞에 내려놓았다. 노예와 주인은 기적에 감동해서 여생을 성모를 섬기며 살기로 결정했다. 오늘날에도 이 성당에는 기적의 일부였던 사슬과 나무 우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성당은 포르투갈의 프란시스코 빠울라 코엘로(Portugal y Francisco Paula Coello)가 1955~1966년 사이에 설계하여 건축한 것이고, 성당 문루에 있는 13개의 조각이 전설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이 조각은 조각가 호세 마리아 수비락(Jose Maria Subirac)이 청동으로 만들었으며 성모 마리아와 12 사도를 의미한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도착하여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까 상시 개방이 되어 있고 신부나 관리인도 없었다. 성당 옆에는 아주 높은 첨탑의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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