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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산 미겔 델 카미노 마을 지나고(8/04)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허물어진 포도주 저장소

by 금삿갓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Valverde de la Virgen)에서 자고 8월 4일 아침은 조금 느긋하게 알베르게에서 차려준 빵과 우유, 주스 등으로 식사를 하고 7시 20분경에 출발했다. 약 3km를 걸으면 산 미겔 델 카미노(San Miguel del Camino) 마을에 당도한다. 이 마을은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 중심 도로를 쭉 타고 순례길을 걷는데 마을의 성당도 건물들에 가려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마을의 성당이 마을 중심에 있고, 순례길은 그 성당을 거쳐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 마을은 그렇지 않다. 순례길의 자료상으로는 알베르게나 어떤 편의 시설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마을을 그냥 도로를 따라 걷기만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성당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당 사진도 못 찍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둥그런 탑모양의 거대한 물탱크만이 덩그러니 서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서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다. 이 마을에서 다음 마을 까지는 8Km를 아무것도 없는 평원을 걸어야 한다. 중간에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음수대고 없으니 식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걸어야 한다. 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다 허물어져가는 포도주 저장소들이 순례길 옆으로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다. 이곳도 과거에는 포도의 주 재배지였는가 보다.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는 채 상당 기간이 흘러 입구가 허물어지거나, 잡초나 나무들이 번창해서 가리고 있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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