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Santibáñez de Valdeiglesias) 마을은 정말 이름이 길다. 조선과객 금삿갓으로서는 마을 이름을 읽는데도 숨이 차다. 이 마을은 직전의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Villares de Orbigo) 마을에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마을에서 다음 마을인 산 후스또 데 라 베가(San Justo de la Vega) 마을까지는 8Km가량이고, 황량한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이 마을은 삼위일체 수도사들이 13세기부터 순례자들을 위해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티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Santibáñez de Valdeiglesias) 마을에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산티시마 삼위일체 교구 성당(Iglesia Pparroquial de la Santísima Trinidad)이 눈에 띈다. 성당의 평평한 지붕 바깥으로 튀어나와 마을 전체를 지배하는 종탑에는 두 개의 종이 있다. 그리고 사원 내부에는 산티아고 마타모로스(Santiago Matamoros) 조각과 순례자 복장을 한 산 로케(San Roque) 조각이 있었다. 교회 바로 옆으로 난 13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하 분수가 있었다. 8월이 되면 이 마을의 외곽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대한 미로인 옥수수 미로(The Corn Labyrinth)로 변한다. 이 천연기념물은 매년 그 모습과 주제가 바뀌는데, 그 중앙에는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이 옥수수 미로를 통과해 도달하는 사람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산티바네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Santibáñez de Valdeiglesias) 마을을 지나면 약간 언덕길과 구릉을 만난다.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크루스 데 바예(Cruz de Valle) 즉 계곡의 십자가 상을 볼 수 있다. 십자가는 언덕의 몇 그루의 나무와 쉼터 의자가 같이 있다. 그 주변에 허수아비 모양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조형물들이 있다. 지나가는 모든 순례객들은 이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순례자 복장에 멋지게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십자가는 시멘트 콘크리트로 조성되었고, 주변에 돌무더기가 많다. 철로 만든 수도승 모양의 조형물 앞에 누군가 배 한 덩어리를 올려놓았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이런 기발한 조형물들을 가끔 만나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순례길의 피로를 잊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