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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Dec 20. 2023

205. 뙤약볕의 세요(스탬프) 장인(8/04)

도장 하나에 5유로

산띠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Santibáñez de Valdeiglesias) 마을을 지나서 약간 오르막 언덕을 오르면 십자가 쉼터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정상의 평지를 조금 걸으면 황량한 들판에 뙤약볕을 맞으면서 조그만 간이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세요(Sello) 즉 스탬프 도장을 만들어 주는 장인(匠人)이 있다. 도장을 새겨 주는 것이 아니라 밀납같은 물질을 혼합하여 그것을 고온으로 녹여서 미리 디자인해 놓은 문양으로 순례자 여권에 찍어 준다. 문양의 디자인은 주제를 적어서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다. 가격은 없고 다만 기부금(Donation)만 받는다고 하나, 도장 하나당 최소 5유로는 주어야 한다. 물건을 받고 도네이션을 하는게 아니라, 도네이션을 한 후에 문양 디자인을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다. 말이 기부이지만 실제는 구매하는 것이다. 하나를 만드는데 5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자세히 보니 광물질이 아니고 왁스 종류인 것 같다. 이것을 녹여야 하니까 천천히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곳을 지나가는 순례객들이 신기한 듯 대부분 이것을 구매하는 것 같다. 이 장인 아저씨 일부러 뙤약볕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지 몰라도 별로 더워보이지도 않다. 문양은 피레네 산맥, 선앤문(Sun & Moon), 장미, 생명의 나무, 화살과 조개껍질, 순례자, 여성 순례자, 용서, 철십자, 건널목, 균사체, 묵시아 등등 다양했다. 조선과객 금삿갓은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문양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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