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01104)
근래에 들어와서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을 얻기 위해 퍼주기식 복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복지야 많을수록 좋지만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이 강하여 재정 부담이 문제다. 기업의 임금이나 복지도 경영위기 상황 이외에는 하방경직이다. 한번 제도를 만들면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힘든다. 요즘 65세면 아직 활달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나이이다. 도시철도회사의 적자 부담이 엄청 큰데도 전철을 무료 이용하는 경로우대제도를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
복지 정책이라면 역사적으로 최고의 모범을 보인 사례가 있다. 바로 2,700여 년 전에 중국 제(齊) 나라 재상인 관중(管仲 또는 管子)이 실시한 복지 정책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다. 제나라 왕자의 난에서 관중이 지지하던 왕자 규(糾)가 패배하여 죽고, 친구 포숙이 지지하던 정적인 왕자 소백(小白)이 승리하여 왕(제환공:齊桓公)이 된다. 처형의 위기에서 친구 포숙의 추천으로 정적의 재상이 되어 부국강병을 이룩하여 제나라를 춘추시대의 패권국이 되도록 한다. 정적의 막료일지라도 인재를 등룡하는 훌륭한 협치(協治)의 귀감일 수 있겠다.
관중은 정치에 입문한 지 40일 만에 최고의 복지 정책을 시행한다. 그야말로 준비된 재상이고 복지정책의 달인이다. 그가 시행한 복지 제도는 인력과 재정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정책이다. 요즘으로 쳐도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 수준이다. 그는 토지와 조세제도를 개혁하고, 그 당시 가장 천시하던 상업을 농업만큼 중시하는 정책과 국가 전매사업을 통하여 국민의 고혈을 뽑지 않고도 재정을 감당하였으며, 그러고도 제나라를 당시 최고로 부강시켰다. 그의 책 관자(管子) 제54편 입국(入國) 편에 보면 다음과 같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①노인을 공경하는 노노(老老) 제도이다. 장노(掌老)라는 관리를 두어 70세 이상 된 노인의 아들 1명에게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고 3개월마다 고기를 준다. 80세 이상 되는 노인의 아들 2명에게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고 매달 고기를 준다. 90세 이상 노인에게는 집안의 모든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고 날마다 고기를 준다. 이는 최고의 노인복지제도이다
②어린이를 보호하는 자유(慈幼) 제도이다. 장유(掌幼)라는 관리를 두어, 3명의 어린이를 부양하는 집에는 부인의 세금을 면제하고, 4명인 경우는 집안 전체의 세금을 면제한다. 5명인 경우에는 세금은 물론이고 보모를 붙여주고 2명분 음식을 지급한다.
③고아들을 돌보는 휼고(恤孤) 제도이다. 장고(掌孤)라는 관리를 두어, 고아 1명을 양육해주는 사람에게 아들 1명의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고, 고아 2명을 양육하는 경우에는 2명의 세금과 부역을 면제한다. 3명을 양육하면 집안 전체의 세금과 부역을 면제한다. 장고는 수시로 공들의 양육 상황을 살펴야 한다. 위의 두 가지는 아동복지의 모범이고 인구정책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④장애인을 돌보는 양질(養疾) 제도이다. 장양질(掌養疾)이라는 관리를 두어, 장애인들을 거두어 치료하고 죽을 때까지 보호해 준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전형이다.
⑤홀로 된 사람을 맺어주는 합독(合獨) 제도이다. 장매(掌媒)라는 관리를 두어 홀아비와 과부를 연결시켜 만나게 하고 농토와 주택을 주어 가정을 이루게 함은 물론 3년간 세금과 부역을 면제한다. 인구정책으로서도 최상으로 보인다.
⑥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문병(問病) 제도이다. 장병(掌病)이란 관리를 두어, 90세 이상 병자는 날마다 문병하고, 80세 이상은 이틀에 한번, 70세 이상은 사흘에 한 번을 문병한다. 그 외의 병자는 5일에 한번 문병하고, 심한 병자는 왕에게 보고하고 왕이 직접 문병한다.
⑦가난을 구제하는 통 궁(通窮) 제도이다. 장궁(掌窮)이라는 관리를 두어, 고을이나 도성에 가난하여 살 집이 없거나 먹을 양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경우 보고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고, 알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벌을 내리도록 한다. 최상의 사회 안정망 서비스이다.
⑧흉년에 고용인을 보살피는 진곤(振困) 제도이다. 농업사회이다 보니 흉년이 가장 큰 경제난인데, 이때 고용인들의 병을 살펴주고, 형벌을 낮추거나 죄를 사하고, 곡식을 풀어 구휼을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근로자의 실업수당 같은 복지제도이다.
⑨국가 유공자를 보훈하는 접절(接絶) 제도이다. 나라를 위해 죽거나 전쟁에서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나라의 돈을 받아서 후손이나 친지가 제사를 지내주고 그 뜻을 기리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보훈제도로서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관중의 이런 복지제도는 세금을 수탈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미래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를 마구 늘여서 실시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정치와 경제 정책을 시의 적절하게 실행하여 고도의 복지제도를 유지하고도 막강한 국력을 이루어 제후국 중에서 패권국이 된 것이다.
그는 국가 운영의 최고 가치를 민부(民富)가 곧 국부(國富)로 보고, 국가 운영의 5가지 요소를 국토, 법률, 시장, 화폐, 군대로 보았다. 국토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다스려야 생산량과 재화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은 기분이나 감정이 아닌 법률을 기초로 하여야만 엄정하여서 만민이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재화를 유통하는 중심이고 원활하게 유통되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화폐는 재정 통계의 척도로서 물가 수준과 생산과 소비, 저축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이고 모든 도량형 통일의 기준이 된다. 군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한 선택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민간의 생산의욕이나 부의 성취 의지를 꺾지 않는 범위의 세금과 국가의 전략 산업에 대한 전매제도, 물가조절을 통한 무역만으로 충분한 재정을 조달한 것이다. 비단 가격의 조절만으로 이웃한 노나라와 양나라를 굴복시킨 정책이다.
자칫 퍼주기식 복지정책이나 무리한 증세정책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거나 놀고먹는 문화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2020.11.4.)(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