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장관들의 근무 평가

금동수의 세상 읽기(201112)

by 금삿갓

중국 한(漢) 나라의 왕족 출신 학자요 관료인 유향(劉向: BC 77 ~ BC 6)이 지은 <설원(說苑)>이라는 책의 <신술(臣術)> 편(篇)에 신하의 역할이 두 가지로 극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바로 <육정(六正)>과 <육사(六邪)>이다. 신하가 육정에 따라 행동하면 국가가 튼튼해지고 본인은 영예를 얻게 되지만, 육사를 따라 그르치면 정권이 위태로우며 본인도 치욕을 당한다. 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의 왕조시대 상황에서 지은 육정(六正)과 육사(六邪)지만 오늘날의 상황에 맞추어 임금을 국가나 국민으로 대입하여 관료들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육정(六正)은 오늘날로 말하면 바람직한 공직자 상(像)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첫째는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홀로 흥망의 기미를 미리 알아 사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여 임금을 편히 있도록 하는 것이 성신(聖臣)이다. 최고로 능력 있는 관료이며 이건희 회장이 주장하던 S급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조선을 구해낸 충무공(忠武公) 이순신 장군이나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이 해당되겠다.

둘째는 사심 없이 뜻을 미리 정해서 착한 도리로 진언(進言)하여 임금에게 예의를 힘쓰도록 하고 좋은 정책을 주청(奏請)하여 그중 아름다운 것은 순응하고 나쁜 점은 바로 잡으니 곧 어진 양신(良臣)이다. 당나라를 부강시켜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이룬 태종의 명신 위징(魏徵)이나 도학 선비인 퇴계(退溪) 이황(李滉)이나 율곡(栗谷) 이이(李珥) 같은 관료가 해당되겠다.

셋째는 자신을 낮추고 미천하게 처신하여 이른 아침에서 밤늦게 까지 일하고 어진 사람을 천거하며, 옛 성현의 일로 임금을 격려해서 국가·종묘·사직·(國家‧宗廟‧社稷)를 안정시키는 충신(忠臣)이다. 나라에 병화가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권율과 이순신 장군을 적극 천거하였고, 임란 시에는 평양의 탈환, 충청·경상·전라 3도 체찰사(體察使)로 전쟁을 총지휘하여 나라를 지킨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이 해당하겠다.

넷째는 성공할 일과 실패할 일을 일찍 간파해 잘못될 일을 예방하고 구제함으로써 화를 복으로 전환시켜 군주가 아무런 걱정이 없도록 하는 지혜로운 지신(智臣)이다. 종자의 배급과 농업 개량, 뽕나무 식재 장려 등을 통해 백성의 의식생활(衣食生活)을 풍족하게 하였고, 하륜 등과 함께 『경제육전(經濟六典)』을 펴내 법치의 기틀을 만들었으며, 국방에도 힘써 북방 야인과 남방 왜에 대한 방비책을 강구하고 예법을 조선의 현실에 맞게 개편했고, 특히 인권에 유의해 천첩(賤妾) 소생의 천역(賤役)을 면제하는 등 민생을 돌보며 18년 장수한 정승(政丞)인 방촌(厖村) 황희(黃喜)가 해당하겠다.

다섯째는 법을 존중해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되 봉록(俸祿)과 하사품은 사양하고 의복과 음식을 절약하고 검소하게 하니 청백리(淸白吏)인 정신(貞臣)이다. 대동법을 실시하여 잘못된 세금 제도를 고쳐서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일생동안 다섯 차례나 영의정을 했음에도 오막살이 초가집이 유일하며, 그 사실을 알고 왕이 비단과 이불을 하사하자 떳떳한 이유가 없이 물건을 받을 수가 없다면 돌려보낸 청백리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이 해당되겠다.

여섯째가 국가가 혼란에 빠질수록 아첨하지 말고 용감하게 임금의 얼굴을 직접 대해서 임금의 잘못을 간(諫)해야 하니 올곧은 직신(直臣)이다.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죽음으로 절개와 지조를 지킨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세조를 거역하고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死六臣)이 이런 관료였다. 현재로 보면 살아있는 권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리를 감사하여 검찰에 통보한 감사원장이 유일하게 육정(六正)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육사(六邪)는 어떠한가? 오늘날로 보면 비리 부패 공직자의 전형을 보여 주는 여섯 가지의 사례이다. 첫째는 자리에 안주하며 봉급을 축내고, 공무(公務)보다는 사익(私益)에 힘쓰면서 늘 시류의 부침을 관망하며 눈치만 보면서 나서지 않고 숫자만 채우는 관료를 구신(具臣)이라 한다. 오늘날로 보면 사리사욕(私利私慾)에 관심을 두고, 무사안일(無事安逸)을 넘어 복지부동(伏地不動)하거나 납작 엎드려 눈만 굴리는 복지안동(伏地眼動)하는 관료라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직분에 있으면서 자국민이 적대국으로부터 피격 사망하고 화형을 시켰다는 발표를 보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각료나 자기 부처의 부하 공무원이 그런 피해를 당했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각료가 무사안일, 복지안동(伏地眼動)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효과적인 대책을 내지 않는 대부분의 각료들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는 임금의 언행은 모두 칭송하면서 남몰래 임금이 좋아하는 것을 갖다 바쳐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심기(心氣)에 영합해 같이 즐기면서 뒤에 닥칠 환란은 돌아보지 않는 아첨꾼을 유신(諛臣)이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탈원전 정책 자료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말 안 듣는 부하에게 “너 죽을래?”라며 보고서를 다시 쓰게 하여 경제성이 낮은 보고서를 올린 각료가 인사권자의 심기에만 신경 쓰고 국가의 장래는 도외시하는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셋째는 속은 음험한지만 겉은 근엄한 척하고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어진 이를 질투할 뿐만 아니라 자기편을 천거할 땐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 나열하고, 반대편을 헐뜯을 땐 장점은 숨기고 단점만 들춘다. 이렇게 해서 임금의 상벌과 령이 제대로 서지 않게 하는 간신(奸臣)이라 한다. 시장(市場)과 현실에선 부동산 정책이 23전 23패 했다고 평가하는데, 본인은 정책이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전세대란(傳貰大亂)이 일어나는데도 월세로 살라고 강변하며,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세금 증세 정책만 내놓은 각료가 국가 정책의 교언영색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넷째는 지혜는 잘못을 바른 것으로 꾸며댈 만하고, 남을 기쁘게 할 수 있을 만큼 말도 잘하지만 집안에서는 골육지친(骨肉之親)을 이간질하고 집 밖에서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참신(讒臣)이라 한다. 대통령 순방 외교에 인사말 결례 논란, 공식 회담장의 구겨진 태극기나 상대국 기(旗)를 거꾸로 건 실수, 재외 공관 외교관들의 끊임없는 성추문 문제, 코로나 방역을 위한 출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적절한 대응 미흡, 대미·대중·대일·대북 외교의 효과적인 대처 미흡 등등 직분에 정통하지 못한 각료가 나라 안팎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다섯째는 권력과 세도를 장악해 국사의 경중(輕重)도 사문(私門)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당파를 만들어 자기들 배를 채우고, 임금의 명령을 악용하여 자신만 귀하게 여기는 적신(賊臣)이라 한다. 검찰개혁은 용두사미(龍頭蛇尾)·이전투구(泥田鬪狗)로 변하고 수사지휘권 남발의 악성 전례(前例)를 만들면서 내부 갈등만 부추겨 오히려 상대를 키워주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입장만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자기 입지만 세 우려 드는 각료에 해당할 것 같다.

여섯째는 간사한 말로 아첨해 인금을 불의(不義)에 빠뜨리고 붕당(朋黨)을 만들어 임금의 총명을 가리며, 옳고 그름과 흑백의 구분도 못하게 하여 임금의 잘못을 안팎으로 들리게 하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빚이 많으면 망(亡)하기 마련이다. 나라의 곳간지기로서 경제 실책과 재정관리 미흡으로 2020년 9월 기준 나랏빚이 800조 원을 돌파하게 만들고, 임대차3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스스로도 자충수에 몰리는 등 경제수장으로서 사상 최초로 해임 청원이 24만을 돌파하는 각료가 현세대와 후세대에게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각료로 기억될 수 있다.(2020.11.12.)(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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