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Santa Catalina de Somoza) 마을은 그 이름에 들어있는 소모사(Somoza)는 라틴어로 '산 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마을이 해발 870m 정도인데, 여기서부터 점차 순례길의 고도가 높아져서 해발 1515m의 레온 산(Montes de Leon)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마 산밑의 마을로 이름이 지어졌나 보다. 이 마을의 첫 느낌은 우리의 제주도 시골 돌담길 같다. 대부분의 주택들이 돌담으로 지어져 있고, 허물어진 건물도 돌담이다. 주변의 밭들도 제주처럼 돌담으로 경계를 표시하는 것 같다. 마을의 중안 광장에 이 지방에서 태어난 땀보릴레로(Tamborilero)라고 하는 작은북의 명 연주자인 아낄리노 빠스또르(Aquilino Pastor)의 흉상이 서 있다. 마을에는 산따 마리아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ia)이 있다. 1708년에 건축되었으며, 1982년에 개축되었다. 성당은 본당과 단순한 제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는 고전주의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크 양식이다. 고색창연한 종탑이 높이 서있다.
마을을 벗어나도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들이 나오고, 허물어진 돌담 건물의 잔해들도 많이 보인다. 길가에 순례자를 위한 지팡이와 조롱박을 팔고 있는 노점이 있는데 주인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 등산용 스틱을 주로 많이 사용하지만, 예스럽게 굳이 이런 나무 지팡이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키보다도 더 큰 나무지팡이를 들고 걷기도 한다. 금삿갓의 생각은 그건 도리어 짐스러운데 힘들게 왜 들고 다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길가의 조형물 옆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등산화 한 켤레가 색이 바랜 채 놓여있다. 주인은 벌써 순례길을 다 걷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텐데, 남겨진 신발만 이 길을 오래도록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은 전체적으로 제주도의 올레길을 연상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