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01108)
<판관 포청전>이라는 드라마는 1993년에 대만 CTS가 방송했던 것을 1994년 11월부터 KBS가 수입, 더빙해서 2TV로 방영하였다. 외국 드라마로서는 상당히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구가했다. 최고 시청률 45%를 찍기도 하였으니 KBS로서는 가성비(價性比)가 최고였다. 무표정한 검은색 얼굴의 포청천(包靑天)이 미제(未濟)의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황족이나 대신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방해가 만만찮게 걸림돌이 되었다. 포청천은 어려운 시기마다 공명정대하고 원칙주의 수사 입장을 견지하면서, 필요할 땐 측근인 전조(展昭) 등 칠협오의(七俠五義)의 도움으로 명쾌하게 판결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열렬한 공감을 샀다.
포청천은 실제 인물로 중국 송나라 때 유능한 관료로서 이름이 포증(包拯), 호가 청천(靑天)이었다. 안휘성 출신으로 지방관 및 간관(諫官)을 지내면서 고관들의 부당한 처사나 귀족의 권력 남용을 탄핵하였고, 억울한 백성이 직접 북을 처서 고할 수 있는 조선의 신문고(申聞鼓)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특히 수도인 카이펑(개봉 : 開封) 부윤(府尹 : 오늘날의 시장)으로 있을 때 용작두(龍鍘), 호작두(虎鍘), 개작두(犬鍘)를 활용하여 죄인을 다스렸다. 민심을 크게 얻어서 사후에도 그의 행적을 미화한 소설, 경극 등이 많이 만들어졌고, 심지어 민간에서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1~2년 전에 이탈리아에는 안토니오 드 피에트로(Antonio di Pietro)를 중심으로 한 일군의 젊은 검사들이 성가를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밀라노의 지방 검사들 중심으로 마니 풀리테(Mani Pulite : 깨끗한 손) 운동을 벌여 고질적인 정관계-마피아-경제계의 부패 고리를 제거하려고 했다. 수사 1년 만에 1,000여 명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체포되고, 945명의 국회의원 중 619명이 면책특권 정지 요청이 신청되었으며, 321명을 소환하였다. 총체적으로 6,000여 명이 수사를 받았고 2,993명이 체포되었다. 총리 출신, 국회의원, 정재계의 거물들이 구속되거나 망명, 자살하는 등 나라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 중도 우파 정치 신인들의 신당인 포르차 이탈리아(Forza Italia)가 창당되어 중도우파 연합으로 하원 630석 중 58%인 366석을 점했고, 기독민주당·사회당·공산당이 밀려났다. 선거도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폐지되고 소선거구제로 변경되었다. 경제 분야에도 지하철 1Km 건설비용이 800억 리라에서 440억 리라로 떨어졌다. 피에트로의 인기도 하늘 높이 치솟아 이태리의 국민적 영웅인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개혁도 오래가면 피로가 쌓이고 저항세력의 공세도 강해지고 집요해지기 마련이다. 반대세력들이 검사들의 사생활이나 여자 문제 등 흠집들을 들춰내어 공격하자 결국은 피에트로 등 4명의 검사가 사표를 던져서 마니 풀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 운동은 명맥을 잃었다.
근래의 우리 상황을 보자. 촛불혁명이라면서 정권을 잡은 후 적폐청산과 반일 친중 및 남북대화, 소득주도 성장, 퍼주기식 복지, 부동산 세금 정책만을 믿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게(蟹)도 구럭도 잃을까 걱정이다. 집권 초기에는 적폐 청산용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호기롭게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에도 강력히 칼을 대라고 주문하였다.
그러나 울산시장 선거 공작사건, 전직 법무부 수장의 가족 비리, 정의연대 비리,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라임, 옵티머스 펀드 비리, 현직 법무부 수장의 아들 휴가 사건 등등 권력형 비리 혐의가 짙은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수사를 막는지 개혁 대상이 될 정도로 무능력한 검찰이라서 그런지 수사의 결과는 명쾌하지 못하다. 이유는 새로 취임한 현직 법무부 수장이 인사권으로 검찰총장의 손발을 묶고 수사지휘권으로 행동을 막았다는 게 중론이다. 포청천처럼 전조(展昭)나 칠협오의(七俠五義)도 없고, 피에트로처럼 뜻을 같이 하는 동료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총장이 식물총장으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최근 법무부 수장 아들 관련 사건, 김봉현 편지 사건, 국정감사와 특별활동비 문제 등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첨예하게 되자 식물총장의 퇴진은커녕 국민의 인기도는 상승하고 있다. 마치 포청천이나 피에트로 검사의 인기처럼. 포청천은 백성들의 인기와 본인의 강직한 성품으로 승승장구하여 정 2품인 간의대부가 된 후 병사(病死)하자 제후(諸侯)인 동해군개국후(東海郡開國侯)와 이부상서(吏部尙書)로 높게 추증되는 영광을 누렸다. 반면에 피에트로 검사는 국민적 인기를 얻었지만 개혁의 반대세력들이 강력하게 저항하자 그 뜻을 접고 물러나게 되었다. 그의 사퇴로 마니 풀리테 운동은 소멸하고, 이탈리아는 과거로 회귀하여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가 유럽 최하위권을 맴도는 현실이다.
윤총장의 임기는 2021년 7월 24일이다. 약 8개월 하고 조금 더 남았다. 그 사이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의 큰 그림이 가동된다. 그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고 한다. 여권의 검찰개혁 원칙과 방향은 비슷하지만 각론과 세부 실현에서 검찰의 힘 빼기 등 많이 잡음이 노정(露呈)될 수 있겠다. 손발이 잘린 상태에서도 내부 결속을 다지고, 부패 심장부에 벼린 칼을 꽂으며 권력형 검은 배후 세력에게 용작두(龍鍘)를 내려치는 전면전을 어떻게 수행할지가 식물총장의 역할이다. 우리 국민들은 패퇴(敗退)하는 피에트로 보다는 승승장구하는 포청천을 보고 싶어 한다.(2020.11.8.)(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