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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몸으로 남편 출세시킨 – 엽혁나랍 용희

★ 금삿갓의 은밀한 여성사 ★ (231225)

by 금삿갓

중국에 4대 미녀가 있었지만 모두 먼 역사 무대의 미인이고, 청(靑) 나라 시대에 제일 미녀는 엽혁나랍(葉赫那拉) 용희(龍姬)라고 한다. 그녀는 강희제(康熙帝) 때 권신인 엽혁나랍 명주의 증손녀로 상당한 명문가 출신이었다. 건륭제(乾隆帝)의 후궁인 서비(舒妃) 엽혁나랍(葉赫那拉)의 둘째 언니이다. 용희(龍姬)는 청나라의 귀족이면서 건륭제의 첫 황후인 효현순황후의 남동생이자 건륭제의 처남인 부찰(富察) 부항(傅恒)과 결혼했다. 뭐든지 수중에 가지고 있는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고 남이 가진 것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미인과 결혼해도 3년만 지나면 그 미인이 별로이고 다른 여자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이 수컷들의 본능이다. 즉 미인을 가진 남자는 미인을 몰라본다. 용희의 남편 부항(傅恒)도 자기 부인이 그토록 예쁜 여자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느 날 매형 건륭제(乾隆帝)에 의해 자기 아내가 당대에 최고 미녀란 것을 깨닫고 새삼 놀라워한다. 바로 자기 누나이며 황후의 생일잔치에서 말이다. 오늘 황후의 생일로 황궁에서 성대한 생일잔치가 열린 것이다. 건륭제는 황후의 생일 선물로 멋진 공원인 원명원(圓明園)을 완공시켜 주기로 했는데 10여 년의 긴 공사 끝에 오늘 준공식 겸 황후의 생일잔치를 갖는 것이다. 원명원은 원래 강희제 때 건설되어 옹정제가 증축하고, 건륭제가 장춘원(長春園), 만춘원(萬春園)을 더 증축하여 완공한 것이다. 원명원의 규모나 화려함은 진시황(秦始皇)의 아방궁, 진(陳)의 후주(後主)의 임춘(臨春), 결기(結綺), 망선(望仙) 등 삼각(三閣), 그리고 수(隋) 양제(煬帝)의 현인궁(顯仁宮) 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 규모와 초호화를 자랑했다.

준공식을 맞이하여 건륭제가 위엄을 세우면서 한 마디 한다. “오늘은 황후 생일이며, 오랜 공사를 하던 원명원의 준공식을 동시에 함으로 큰 경사라서 이 나라의 가장 소중한 분들만 모셨소이다. 그러므로 이 자리는 군신 간의 격의 없이 지위와 성별을 떠나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즐기는게 어떻겠오? 그러려면 거추장스러운 예복은 훌훌 벗어 버리고 간편한 복장으로 실컷 술 마시고 춤추며 마음껏 놀아봅시다.” 그러면서 건륭제는 먼저 황금색 곤룡포(袞龍袍)를 벗어버리자 자연스러운 평상복이 나타났다. 마침 황후도 뒤따랐으므로 근처에 앉았던 용희가 난감해졌다. 황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미리 준비를 했는지 예복 속에 평상복을 입고 왔는데, 부항(傅恒) 부부만이 예복차림이다. “올케도 놀기 편하게 겉옷을 벗어요.”라고 황후가 재촉한다. 용희는 벗을 수도 안 벗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황제는 건장한 체구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왼손에 대국주(大麴酒), 오른손엔 소흥주(紹興酒)를 들고 연회석을 돌며 술을 권한다. 대국주는 남자에게, 소흥주는 여자에게 권했다. 황제가 권하는 술잔을 받은 손님들은 황공하여 단숨에 비우고 술잔을 가득 채워 황제에게 올리니 황제는 금방 취했다. “요즘 처남은 별일 없는가?” 건륭제는 부항과 용희 부부 앞에 다다르자 술기운이 더욱 올라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예, 폐하께서 항상 보살펴 주셔서 저희들은 늘 감읍(感泣)해 하고 있사옵니다.” “이런 때가 아니라도 처남댁과 자주 궁궐에 들리도록 하게.” 말을 마친 건륭제가 옆으로 자리를 옮길 때 기우뚱하면서 용희의 품으로 무너져 내렸다. 거짓으로 취한 척하면서 천하 미색인 처남댁의 몸을 탐해 보려는 것이다. “폐하 많이 취하셨습니다.”라고 용희가 본능적으로 황제를 부축했다. 사내는 은근슬쩍 여인의 엉덩이와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요 며칠 원명원 준공 공사에 신경을 썼더니 좀 과로했나 봅니다.” 황제는 미안하다며 사과조로 처남댁에게 연거푸 술잔을 건넨다. 연신 마신 독한 술로 여자에게서도 술향이 풍겼다. 황제의 사과 술잔을 시발로 하여 용희도 생전 처음 궁중의 진귀한 명주를 많이 마셔 집으로 가지 못하고 별궁으로 안내 됐다.

사전에 내시태감(內侍太監)을 통한 건륭제의 비밀작전이었다. “당신이에요?” 용희는 취기와 잠결의 몽롱한 의식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달려드는 사내에게 건성으로 물었다. 그는 남편이 아니라 건륭제였고, 여기는 자기 집이 아니라 궁궐의 별궁이다. 사실 용희도 평소 시매부(媤妹夫)인 그가 황제가 아니라 남자로서 우람한 체격에 사내다운 풍모를 가져서 은근히 마음속에 일정 부분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쉿, 처남댁 소리 내지 마세요. 우린 낮에 이미 서로 몸을 만져보지 않았소?” 여자는 마침 샤워를 하고 잠이 살짝 들었던 찰나였다. 사내는 여자의 촉촉이 젖은 몸이 마치 자기를 기다리고 준비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술기운과 잠기운에 자연스럽게 낮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처남댁이 황궁에 들어올 때마다 눈여겨봤는데, 부항에겐 분이 넘치는 미인이죠.” 그들은 어느새 나란히 누워 서로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용희는 취기와 잠결을 핑계로 담담하게 황제를 남편으로 착각한 것처럼 몸을 맡기고 있다. 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목덜미를 거쳐 유방을 핥고 배꼽과 허리를 지나 삼각지로 내려가자 여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다리를 벌려 사내의 허리를 끌어당겨 감았다. 술기운에 기대어 저릿하게 올라오는 음심을 주체하지 못한 용희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적극적으로 즐겁게 해치우고, 황제의 총애를 얻는 것이 좋겠다는 계산이 앞섰다. 그 하룻밤의 풋사랑이 될지라도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가 아니던가! 사내 성난 물건이 꿀이 흐르는 동굴로 들어가자 넉넉한 꿀물이 흥겹게 반겨 한 몸이 된 남녀는 타오르는 욕정을 정신없이 풀었다. “폐하 처남댁인 소첩을 이렇게 하셨으니 어찌하시렵니까?” 땀방울이 송골송골한 얼굴의 여자는 아직도 다듬이 방망이같이 뻣뻣하게 서 있는 사내의 물건을 장난감을 만지는 아이처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처남댁이 나를 만나러 황궁에 자주 들리면 되지 않겠소?” 황제는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다시 여인의 배 위에 육중한 몸을 싣는다. 조금 전의 서두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몸짓이다. 이제 마치 자기 여인이 된 주인 남자의 여유이다. 여인의 옥문엔 아직 지난 황홀경의 뒤처리가 그대로 있어서 더욱 미끄러워 황제는 곧장 욕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짓누르는 중압감을 느끼면서, 여인의 옥문(玉門)이 다시 춘삼월 봄꽃처럼 활짝 피었다. 아니 이제 곤충을 잡아먹는 네펜데스(Nepenthes)처럼 옥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사매의 여의봉을 잘근잘근 깨물자 사내는 신음을 하듯 욕망을 채우며 소리를 지른다. “처남댁. 아니 여보, 아예 황궁에 와서 나의 여자가 되야겠오. 그러면 우리가 이런 천상의 즐거움을 매일 만끽할 수 있지 않겠소?”라고 한다. 갑(甲)에서 을(乙)로 입장이 변한 것 같은 말을 하자 여인은 찰나지만 자기의 처지를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말씀하지 마세요. 소첩은 처남댁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라며 일부러 사내를 세게 밀쳐냈다. 어쩌면 여성 특유의 밀고 당기는 전략이다.

뜨거운 밤은 보낸 다음날 아침 용희는 황후나 황궁의 종사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봐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마부를 재촉해 황궁을 빠져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시뻘건 눈으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않은가. 오금이 저리고 오줌이 지려지는 상황이다. 내실로 급히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기는 황제의 거대한 힘에 눌려 마지못해 당한 일이고, 강간을 당한 것이라 혀를 물고 죽고 싶었지만 차마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죽어야겠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 돌아왔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했다. “황제 네가 내 마누라와 정을 통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거이다.” 부항은 매형에게 아내를 빼앗길 상황인데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면서 득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남들 같으면 아내를 물고를 내고 자진(自盡)하거나 황제에게 덤벼들 것이나, 부항은 마음이 느긋하다. 나름 황제를 꼬드겨 뭔가를 얻어낼 요량이다. 그래서 은근히 부항은 이런 관계를 즐겼다. “그래, 황제와의 재미는 어떠하였소? 황제의 그것은 금테를 둘렀습디까?” 사내는 노골적으로 마누라를 비꼬면서 즐겼다. 여인은 서방 부항보다 더 사나이다운 황제와의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부항이 한 수를 더 두었다. “황제와 구멍동서 사이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아무 일 없을 텐데, 다른 일을 봐야겠오. 운치 있게 가을비도 촉촉이 오는데 우리 걸판지게 한판 놀아봅시다.” 부항은 아랫목에 벌렁 자빠지면서 어서 비단 금침을 펼치라고 성화다.

여인도 죄를 지은 입장이라 남편에게 대 들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이다. “여보 이리 와서 그 좋았던 분위기를 내게도 한번 내주구려.” 여인도 지은 죄 때문에 박절하지 못하고, “아침부터 웬 수선이에요?”라고 말하고는 남편의 품에 다가간다. 사실 용희는 귀족 집안의 출신으로 미모만 빼어난 것이 아니다. 헌칠한 키에 샛별 같은 눈매, 수양버들 같은 허리, 우윳빛 흰 피부, 비단결 같은 머리와 아양과 요염이 넘치는 끼에 시(詩) 문학까지 겸비해 있었다. 성에 대한 맛은 알았지만 황제와의 교접으로 그 맛의 수준이 한껏 상승하여 이제까지 잠자던 욕정의 용암이 약간의 촉매로도 터져 오르는 활화산이 되어 버렸다. “등청(登廳)은 하시지 않고 아침부터 무슨 짓이에요?” 여인은 마지못해 사내의 손놀림에 응하는 척 하지만 몸은 벌써 황제와 욕정을 불태울 때처럼 화산의 분화구로로 달려갔다. 사내의 손이 여인의 가슴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허리를 더듬다가 샅에 가 닿자 어느새 몸이 달아올랐는지 그녀는 허리를 뒤틀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부항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전에는 하지 않던 과감한 몸짓이다. 이제까지 요조숙녀였다면 오늘은 홍등가의 여인의 몸짓이다. “여보 오늘은 소첩이 서비스를 해 드릴게요.” 말을 마친 용희는 가을비가 오지만 대낮인데도 이불을 걷어치우고 사내 위로 올라가 섹스 주도권을 행사한다. 마치 자기가 지은 죄에 속죄라도 하듯이 오늘은 정성을 들여 죄 값을 치르는 것이다. “여보, 죄송해요. 오늘은 당신은 가만히 즐기기만 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빨리 사정(射精)을 하지 마세요. 소녀경(素女經) 적힌 신선(神仙)이 되는 방중술을 즐기는 거예요. 접이불루(接而不漏) 즉 수차례의 즐거움을 느끼되 사정은 참으셔야 합니다.” 벌거벗은 채 엉긴 남녀는 오랜 시간 욕망의 열차를 타고 계속 달린다. 사내는 몇 번이고 흥분하여 그만하자고 소리를 질렀으나 여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여자의 주문대로 사정을 하지 않으니 물건이 죽지 않고 당당하다. 그러나 계속 풀무질을 당해 벌겋게 충혈까지 되었다. 여자도 힘이 들 터인데 엉덩이의 요분질은 멈추지 않는다. 사내가 여자 엉덩이를 마지막으로 힘껏 누르자 여자는 엉덩이를 빼고 이불 위로 나뒹구렀다. 그녀의 꿀물이 흐르는 골짜기도 벌겋게 물들었다. 용희는 오랜만에 봉사하는 정신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이 멀티오르가슴으로 황홀의 극치를 맛보게 되었다. 사랑의 꿀물이 사내 불두덩이와 가랑이 사이로 흥건하다. 용희는 건륭제와의 정사에서 그가 한 말을 봐서 곧 입궁하라는 전갈이 있을 것 같아서 남편에게 최후이자 최고의 성찬(性餐)을 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래 부부생활을 해 왔으나 대낮에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로 실전을 치르기는 꿈에도 상상 못 했던 것이다. “황제에게 바치기에 아깝게 당신 정말 예쁘오. 이제 와서 당신의 진가를 알게 되다니, 나도 참 한심한 놈이오.” 아직도 숨이 차서 울렁이는 아내 용희의 배와 흥건한 아래를 어루만지며 말한다.

부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문 쪽에서 “부항선비는 황명을 받으시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부항이 얼른 옷을 추스르고 나가니, “황제께서 급히 입궐하시란 황명이 옵니다.” “예. 무슨 일이지요?” “글쎄요. 황제의 표정으로 봐 좋은 일인가 보옵니다. 서둘러 입궐하십시오.” 여인은 예감이라도 한 듯 얼른 관복을 대령했다. 부항은 특별히 근심되는 일이 없어 마음이 놓이나 황제의 직접 부름을 받자 가슴이 뛰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황제전에 급히 도착하자, “처남, 급히 불러서 놀랐지? 그동안 우리가 너무 격조했어. 자 이리 앉아 비도 오는데 우리 술이나 한잔하지.” 처남 매부는 황궁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해지는 줄 모르고 있다. “내가 처남을 내 곧 보화전 대학사 겸 호부 상서로 승차시킬 테니 열심히 해보게.” 부황은 생각지도 않은 벼락 출세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취기와 갑자기 높아진 벼슬자리로 제정신이 아닌 채 대궐을 나왔다. 너무나 많이 마신 술 탓에 이틀을 꼼짝없이 누워 지내고 일어나니 가장 예쁜 마누라가 대궐로 들어가고 없었다. 대신 황명을 받고 나온 대궐의 궁녀가 한 명이 보필해 주었다. 말하자면 처남 매부 간에 마누라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의례(儀禮)에 관한 사소한 업무만 보던 어전시위에서 보화전(保和殿)의 대학사 겸 호부상서에 올랐다. 마누라를 내주는 대신 최고의 관직을 얻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일약 아내가 궁궐의 귀인(貴人)이 되고 남편은 달관(達官)이 되는 동시 패션을 이룬 것이다.

용희가 황제의 후궁으로 황궁에 들어간 이후 전 남편 부항의 승진은 눈부시게 이루어졌다. 어느 날 밤의 베개머리 송사다. “폐하, 지리멸렬한 사라분 내란에 소첩의 지아비를 보내시면 큰 공을 세울 수도 있을 겁니다.” 용희는 황제의 물건을 넣은 엉덩이를 흔들다 멈추고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황제는 여자의 궁둥이 요분질에 맞추어 몽둥이에 힘을 주고 밀고 당기다가 그녀가 갑자기 멈추니까 그만 물건이 빠지고 말았다. “그게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지.” 여인은 빠진 물건을 은근슬쩍 다시 옥문에 집어넣고 사내 허리를 두 다리로 당기며 괄약근에 힘을 넣는다. “폐하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처남댁은 이런 방중술을 언제 배웠소?” “처남댁이라뇨! 이젠 폐하의 계집이 아닌가요?” “아하, 그렇지! 내가 그대를 보면 정신이 몽롱해져 그러하오.” 사내는 끝을 모르는 욕정을 채우고, 여자는 블랙홀 같은 옥문으로 황제의 옥경(玉莖)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사라분 내란이란 쓰촨 성의 북서부 장족 자치주에 속하는 대금천(大金川)과 소금천(小金川)을 평정한 전쟁으로 초기에 청나라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후에 부항이 정벌군의 총수가 되어서 평정했다. 황제와 용희가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황제의 정실 황후인 부찰 황후가 절명해서다. 부찰 황후는 부항의 누나로서 현숙하고 투기도 하지 않는 덕이 많은 정실 황후였다. 그런데 남편과 올케가 대담하게 부적절한 관계를 맺자 충격을 받은 데다 아들까지 전장에 나가 사망했다. 그리고 황제의 순행길에 동반하면서 피로가 겹쳐 40대에 세상을 등졌다.

시누이 사망으로 걸림돌이 없어지자 용희는 궁궐에서 살면서 밤마다 황제와 밀회를 만끽한다. 그래도 남편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어서, 부항을 멀리 변방의 전쟁터로 장기간 보내고, 혹시 거기서 전사하면 좋고 돌아오더라도 시간이 걸리니 자기들의 욕심을 채우기엔 최고의 전략이었다. 사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하지 않았던가? 용희는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한직 관리의 아낙에서 중국 최고 권력자 황제의 정실은 아니지만 밤의 잠자리를 주무르는 안주인이 된 것이다. 그러자 더 큰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시누이였던 정실(正室) 황후 자리가 비어있으니, 그 자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부항 용희 부부의 작전은 척척 들어맞아갔다. 아내는 황실 정궁(正宮)을 향해 지근거리에 가 있고, 남편도 최고의 관직으로 승진해 세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황제나 용희는 정실이 아니더라도 호칭을 주고받아야 어엿한 관계가 설정되는데, 서방이 버젓이 살아있어 책봉(冊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제 보다 용희가 속으로는 더 안달이다. 남편이 살아있는 한 잠자리 여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천 토사(土司) 사라분 반란에 남편을 출전시키려는 것은 전공을 세우라는 위장전술이고, 서방이 전장에서 전사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식으로 황제의 여인으로 책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후의 자리가 비어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자의 눈에 보여서다.

여자는 밤마다 건륭제의 베개 머리 송사로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 주고 있었으나, 정작 자신의 문제는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황제는 부찰황후가 순행길에서 갑자기 절명하자 몇 주는 국사도 팽개치고 술에 의존했었다. 그가 정신적으로 정말 사랑했던 여인은 아마도 부찰황후였던 모양이다. 그러던 그가 용희의 농염한 여체에 빠져 황후의 죽음 그늘에서 점차 벗어났던 것이다. 황제가 잠자리 맛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황제를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어느 날 저녁이다. 여자는 몸을 활짝 열어 진한 향기를 풍기며 사내를 품는다. 황제가 그녀의 몸을 탐하며 지나가는 소리로 한마디 한다. “그대를 좋은 자리에 책봉을 하고 싶은데...”라고 여운을 남긴다. 마치 마음은 있는데 무슨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장애물은 바로 남편이다. 전장에 나갔으니 죽여 없애면 전사인지 암살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넌지시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아무리 황후 자리가 탐이 난다 해도 남편을 죽이자고는 대놓고 직접 말할 수는 없었다. 속으론 뭐든지 할 수 있는 황제 놈이 알아서 할 일이지 쓸데없이 여자의 심사를 묻는 것은 무슨 속셈일까? 이러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아니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한편, 전장에 나아간 부항은 사흘이 멀다 하고 승전보를 보내왔다. 그는 한직에 있을 때 할 일이 없자 손자병법을 탐독했다. 그것이 이런 때에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줄이야. 그는 장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전황을 세밀히 챙겨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전선이 그가 부임하자 전세가 바뀌어 승전고를 연속으로 울린다. 승전보가 계속되자 모두들 좋아하는데 한 여자의 마음은 서리 맞은 늦가을 갈대같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남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전고를 울리면서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올 날이 가까운데, 자신은 아직도 이름 없는 밤의 여자로 술 취한 황제의 침대 노리개 감이 되어 하루하루를 기약도 없이 보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자는 더욱 침착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성심껏 황제를 모셨다. 책봉도 받지 못한 처지에 투기(妬忌)를 했다가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황하(黃河)의 고기 밥이 되기 십상이다.

사라분 반란은 부항이 전선에 부임한 지 석 달 만에 완전 평정되었다. 청나라의 명장 악종기(岳鍾琪)도 삼 년간 진압을 못한 것을 문신인 부항이 석 달 만에 평정을 하자 황제는 그에게 아끼던 총희(寵姬)까지 첩으로 하사했다. 처남매부 사이에 마누라를 뺏어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있는 참에 전공을 세웠으니 부상으로 평소에 아끼던 총희를 한 명을 준 것이다. 말하자면 마음의 빚을 갚은 것이다. 너의 여자를 내가 취했으니, 나의 여자를 네가 취하여 마음 잡고 내가 취한 여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으라는 이야기다. 요행인지 불행인지 황제가 하사한 여자가 아내였던 용희와 언행이 붕어빵 모양 닮아 잠자리에서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잠자리에 들어 거사를 치르려고 하면, 옛날 마누라가 건륭제와 벌거숭이로 뒤엉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처음에는 홧김에 방망이가 횃불처럼 분기탱천하여 왕이 내린 총희를 밤새도록 실컷 유린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장면이 연상되면 방망이는 번데기로 변해서 모든 것이 심드렁해졌다. 자신의 처지가 그럴 때마다 그는 군막(軍幕)에서 푸짐한 주연을 열고 포로로 잡혀온 여인들을 풀어 장수들 품에 안겨주었다. 그리고는 포로의 여인들이 죽지 못해 웃음을 지으며 술 냄새 풍기는 역겨운 적장의 품에서 모진 목숨 부지를 위해 교태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어느 순간에 아내 용희의 얼굴로 오버랩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부항이 황성(皇城)으로 개선하자, 건륭제는 그동안 앓던 이빨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면서 기뻤다. 그래서 옛날 삼국시대 남쪽의 소수민족 즉 남만(南蠻)을 칠종칠금(七縱七擒)으로 잘 다스렸던 제갈량(諸葛亮)에 비유해 그를 충용공(忠勇公)에 봉했다. 그 이후 용희는 황후로는 책봉을 받지 못하고 귀인(貴人)에 책봉 됐다. 부항은 건륭 34년 다시 미얀마와의 전쟁에 출전하여 패배했고, 거기서 악성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죽었다. 건륭제는 처남이자 구멍동서인 부항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친히 그의 저택으로 문상을 갔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색(脚色)되어 중국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으로 방영되었다.(금삿갓 운사芸史 금동수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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