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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05. 2024

251. 필로발과 라밀 마을(8/09)

라밀 마을의 최고령 밤나무

뽀이오 언덕(Alto de Poio)에서 8Km 정도 계속 내리막 길을 내려오면 필로발(Fillobal) 마을이다. 마을 같지 않고 집 몇 채만 있다. 그래도 바와 레스토랑을 겸한 식당과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있다. 정말 스페인의 프랑스 순례길은 순례자들이 어느 마을 어느 곳에서나 하룻밤을 묵을 수 있을 정도의 편의 시설이 있다는 게 특이하다. 낯선 곳에서 더구나 험한 산중에 이런 곳이 없으면 어떻게 순례길을 걷겠는가. 레스토랑 옆의 나무그늘이 있는 쉼터에는 살리시아 지방의 전통 건축물인 빠요사(Palloza) 하나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 구간의 작은 마을들은 이름만 있지 마을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그냥 외딴집 한 두 채가 있는 것이다. 이 마을 전의 비두에도(Biduedo) 마을과 이 마을 다음의 라밀(Ramil), 빠산테스(Pasantes) 등도 같은 형편이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트리아까스뗄라(Triacastela) 마을이 조금 큰 편이다. 역시 고산지대에 있는 마을이니까 그런가 보다. 주로 목축업을 하고 있었다. 동네를 지나오는데 계속 소똥 냄새가 순례객들의 코를 괴롭혔다.


라밀(Ramil) 마을에는 800년이 넘는 아주 크고 오래된 밤나무가 있다. 중세의 순례길 안내서인 코덱스 칼릭스티누스(Codex Calixtinus)의 저자인 프랑스 성직자 아이메릭 피코드(Aymeric Picaud)가 당시에 산티아고 길을 걸었을 때 라밀(Ramil)의 밤나무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 어린 나무가 순례자에게 별로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8세기가 지난 지금,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 앞에 누구도 무관심할 수는 없다. 마드리드의 농촌 공학 고등학교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 나무는 거의 850년의 수명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둘레가 거의 9미터에 달하고 사진으로는 짐작이 안 되어 사람들이 여럿이서 둘레를 측정한 사진을 게재한다. 그 위치는 뜨리아까스뗄라(Triacastela) 입구에서 불과 1km 거리에 있다. 이 밤나무가 유독 크고 오래되었지만 이 지역의 순례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엄청 크고 오래된 밤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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