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11005)
징크스(Jinx)란 일반적으로 불길한 징후(徵候)나 불운 등의 의미로 쓰인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에서 점을 치거나 마술(魔術)에 쓰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새의 라틴어 이름(Jynx)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새는 영어 이름(Wryneck)이나 학명(Jynx Torquilla)에서 나타나듯이 뱀처럼 목을 앞과 뒤로 180° 회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이한 행태로 인하여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마법의 주문(呪文)이나 저주(咀呪)를 걸 때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점차 징크스가 마법의 주문이나 저주라는 의미에서 재수 없고 불길(不吉)한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적(因果關係的) 믿음의 개념으로 변천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경험한 행동으로 인해 나쁜 결과가 발생될 때, 그것을 단순한 우연(偶然)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강력한 어떤 인과관계가 작용하는 것처럼 여겨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리로 인하여 징크스라는 것이 고착화(固着化)된 관념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 특히 이런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면 면도(面刀)를 하면 경기에 지고, 축구 골대를 맞추면 승리할 수 없다는 등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에도 다양한 징크스가 존재한다. 직간접 선거제도를 차치(且置)하고 역대 대통령의 출생년도를 보면 묘한 징크스가 있다. 1~3대 이승만과 4대 윤보선은 모두 1800년대 출생이라 제외한다. 그 후 5~9대 박정희와 10대 최규하는 모두 1910년대 생이다. 11~12대 전두환과 13대 노태우는 1930년대 생이다. 14대 김영삼과 15대 김대중은 1920년대 생이다. 16대 노무현과 17대 이명박은 1940년대 생이다. 18대 박근혜와 19대 문재인은 1950년대 생이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10년대 마다 여지없이 2명씩 짝을 이뤄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 징크스가 작용한다면 이번 20대와 다음의 21대 대통령은 1960년대 출생자가 될 것이다. 우연(偶然)인지 필연(必然)인지 몰라도 여야 모두 1960년대 출생자인 윤석열, 이재명이 최고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온 이 징크스가 10년이상은 실현될 것으로 확신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5년 단임제인 13대 대통령선거부터 살펴 볼 때 많은 징크스가 있다. 보수(保守)와 진보(進步) 계열간의 정권교체는 2명의 대통령이 나오면 교체되었다. 즉 두 번씩 정권을 잡고나면 바뀌는 것이다. 그 주기가 10년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그 주기가 조금 변화되었지만 징크스가 깨졌다고 보기도 곤란하다. 두 사람 만에 바뀌는 징크스는 아직 살아있지만 지켜봐야 할 관심 사항이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로만 볼 때, 같은 당명(黨名)으로 한명의 대통령만 배출된다. 노태우(민주정의당), 김영삼(민주자유당),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새천년민주당), 이명박(한나라당), 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더불어민주당)으로 하나의 당명(黨名)에 한명의 대통령만 선출되었다. 지금 대선 정국을 보면 <국민의 힘>은 당명(黨名)이 바뀌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명(黨名)이 바뀌지 않은 채 대선 후보가 나와서 이 징크스의 작용 여부가 관심이다. 또한 당명에 <통합>이란 글자가 들어가면 패배한다. 17대의 <대통합민주당> 정동영, 18대 <민주통합당> 문재인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으로 관심 있는 가장 큰 징크스가 대선은 총리(總理) 출신의 무덤이다. 총리는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으로 정치적 경륜(經綸)과 명망(名望)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지만 대선 후보자가 되지 못하거나 대선에서 당선한 사례가 전무(全無)하다. 총리 출신으로 대권의 꿈을 가졌으나 이루지 못한 사람은 삼김(三金)의 일원이었던 김종필, 한 때 최고의 지지율로 세 번 도전했던 이회창, 30%의 지지율을 가졌던 고건, 이한동·이해찬·정운찬·정세균 등이 있다. 현재 꿈을 위해 뛰고 있는 이낙연, 황교안도 한 때 여야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올렸으나 지금은 밀려 있어서 두고 볼 일이다.
총리를 포함해서 경력(經歷)과 관련된 징크스가 강하다. 직선제 이후 모든 당선자는 국회의원 경력자이다. 국회의원 무경력자(無經歷者) 즉 영선(零選)인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20대 대선에선 여야(與野) 정당의 최고 지지율 후보인 이재명, 윤석열 모두 국회의원 무경력자(無經歷者)이다. 도지사(道知事) 경력자의 필패론(必敗論)도 있다.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임창렬 등은 대권의 꿈이 날아갔고, 경남지사 김두관, 충남지사 안희정도 현재로선 끝났다. 다만 경남지사 홍준표와 전남지사 이낙연이 각각 소속 정당 2위의 지지율(支持率)을 확보하면서 분전(奮戰) 중이다.
정치 경력이 전무(全無)하거나 일천(日淺)한 명망가(名望家)는 대권의 꿈을 꾸어도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되고 만다. 화려한 경력의 반기문, 총리 출신 명망가인 이수성·정운찬, 한때 30%의 지지율을 가졌던 고건, 시민운동가 시장 출신 박원순 등이다. 또한 경제계의 정주영, 정몽준 처럼 재벌그룹 소유주도 대권(大權)을 잡을 수는 없었다.
출신 학교 관련 징크스도 있다. 항구(港口) 도시 상고(商高) 출신은 모두 당선되었다. 목포상고 김대중, 부산상고 노무현, 포항 동지상고 이명박 등은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 반면에 서울대 법대 출신은 고배(苦杯)를 마셨다. 이회창, 이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현 대선 정국에는 지지율 선두권을 유지한 윤석열, 중위권에 포진한 이낙연·최재형이 아직 후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 징크스가 깨질지 지켜봐야 한다.
서울시장 집권(執權)이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징크스도 알아보자. 관선시장(官選市長)을 제외하고, 1995년 초대 민선시장(民選市長)부터 살펴보면 서울시장의 재임기간 중 치러진 대선에서 시장의 소속 정당(政黨)이 승리하는 확률은 정확히 50%이다. 초대 조순시장이 조기(早期) 사퇴하고 공석인 상태로 치러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포함하면 60%이다. 아래 표를 보면 묘한 징크스를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의 소속 정당과 재임 시에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번갈아 바뀌고 있다. 시장과 같은 정당의 후보자가 당선될 확률(50%)과 번갈아 당선될 확률이 상호 배치(背馳)되지만 어떤 징크스가 깨질지 이번에 결판이 날 것 같다. <국민의 힘이>이 당선되면 승율 50% 징크스가 지켜지고, 번갈아 당선되는 징크스는 깨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선하면 그 반대이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大選)에는 오하이오(Ohio) 징크스가 있다. 역대 선거에서 오하이오 주에서 패배한 후보는 당선(當選)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Joseph Biden)이 오하이오 주에서 졌으나 당선되어 징크스가 깨졌다.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또 하나의 오랜 징크스가 있다. 바로 테쿰세의 저주(Tecumseh's Curse)라는 것이다. 1800년대 초에 살았던 인디언 추장(酋長) 테쿰세(Tecumseh)가 윌리엄 헨리 해리슨(William Henry Harrison)이 이끄는 백인 원정대와 싸우다가 전사(戰死)했다. 그 때 그가 앞으로 20년마다 마지막 숫자가 0(零)인 해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임기 중 사망할 거라고 저주했다. 1840년에 당사자인 해리슨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징크스가 되었다. 1860년 당선자인 링컨, 1880년 당선자인 가필드, 1900년 당선자 매킨리가 암살(暗殺) 당하고, 1920년 당선자 하딩과 1940년 당선자 루즈벨트는 병사(病死)했다. 1960년 당선자 케네디도 암살당하고, 1980년 당선자 레이건은 총격을 받았으나 극적(劇的)으로 살아나서 징크스가 깨졌다. 우리나라 조선 왕조에도 길고 질긴 장자(長子) 수난의 징크스가 있었다. 장자는 왕위를 잇지 못하거나 잇더라도 폐출되는 등 순조롭지 못한 징크스였는데, 19대인 숙종(肅宗)에 이르러 징크스가 깨졌다.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 장자로 성공한 유일한 사례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