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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r 04. 2024

278. 문어 뽈뽀로 허기를 달래다(8/13)

내륙의 뽈뽀 전문집?

스페인 북서부 내륙에 멜리데(Melide)라는 도시가 있는데, 오늘 순례길을 시작해서 12Km를 걸어서 도착한 곳이다. 이곳은 스페인 문어요리인 뽈뽀(Pulpo)가 유명한 곳이다. 바닷가 지역도 아닌 내륙 지방에 문어 요리가 왜 유명할까? 문어요리인 뽈뽀의 원래 이름은 풀포 아 라 갈레가(Pulpo a la Gallega)인데, 이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 특히 옛날부터 전 세계 상인들의 교차로가 된 멜리데 마을의 고전 요리란다. 그래서 이곳의 뽈뽀가 유명한 것이다. 내륙이라서 문어 구경도 힘든 지역이겠지만, 조선 과객의 고향 안동도 내륙지방이고 고등어 한 마리 구경할 수 없는 곳이지만 안동 간고등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등어로서는 유명하고 대접받는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조선 과객 금삿갓에게 서울이나 다른 지방 사람들이 안동이 내륙지방인데 왜 간고등어가 나느냐고 물어 올 때가 많다. 그럼 금삿갓은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요즘 안동댐에서 고등어를 양식하기 때문에 안동 간고등어가 유명하다."라고 대답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줄 알고 넘어간다. 아재 개그로 한 말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고등어는 민물고기가 아니다.

스페인의 "꽃" 문어는 문어의 근육을 분해하여 부드럽고 맛있게 만드는 첨가물이나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공정을 통해 연화되어 꽃처럼 말려 있는 모양이다. 세계적으로 문어가 맛있는 국가는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과객 금삿갓의 입맛에는 안동의 신시장 문어가 제일 맛있다. 물론 요리 방법의 차이이다. 안동 신시장의 문어는 동해안 문어를 가마솥에서 살짝 데쳐서 숙회로 만들어 멎으면 졸깃졸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그런데 이곳 스페인 뽈뽀는 커다란 식관에 여러 마리를 넣고 은근히 푹 삶아서 내므로 부드럽기는 하나 문어의 맛이 빠지고 식감이 약간 쫄깃하지 않아서 한국 문어에 익숙한 금삿갓의 입맛에는 최상품은 못된다. 금삿갓이 들린 이곳은 뽈뻬리아 아 가르나차(Pulperia A Garnach)라는 멜리데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문어집이었다. 주방도 개방하여 놓고 순례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넓은 객실이 있어서 많은 순례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두 시간 이상은 걸어온 허기진 배를 문어와 와인으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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