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Oct 08. 2022

(3) 금단(禁斷)의 유혹 근친상간 - 아그리피나

★ 18禁 역사 읽기 ★ (221007)

여성의 지위나 권력관계에서 보면 로마나 신라는 비슷한 처지의 나라로 보인다. 신라의 유리와 금세공 기술 기술이 로마에 닿아있고, 로마문화를 받아들인 흉노족의 정치체제가 신라의 정치체제에 녹아있다. 왕을 추대하는 화백제 같은 것은 중국이나 고구려, 백제에는 없는 기마민족의 정치체제이다. 왕실의 권력 승계 과정에 여성 핏줄의 영향력도 비슷하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로마의 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남녀관계에 어벙한 친구였는지 마누라인 메살리나 황후가 발정기(發情期) 암캐처럼 이놈 저놈과 난잡스럽게 붙어먹다가 꼬리를 잡혀 단칼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자 황실에서는 새로운 황후를 뽑기 위한 Miss Universe급(級) 세계적인 규모의 미인 선발대회를 개최하여 후보자를 뽑고자 했다. 그러자 로마나 주변에서 한 미모 한다는 법률상 처녀(?)들은 사생결단의 노력을 기울인다. 쌍꺼풀·콧대·광대뼈·입술 성형수술은 기본이고, 가슴 확대에 이쁜이 수술, 보톡스 주사에 지방 제거 등등 이집트와 페르시아에서 원정 온 성형외과 의사들이 한몫 잡아서 귀화한 놈도 많았다나 뭐래나? 자칭 클레오파트라의 전속 미용사 후예라는 미용사들도 <다방>처럼 한몫 잡겠다고 로마 거리를 분주히 떠돌았다는 유비통신의 보도도 있다. 더구나 요즘 대입 예체능계 입시보다 더 심하게 심사위원들에게 온갖 뇌물과 향응(饗應)은 물론 육체까지 제공하는 등 필사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반도처럼 금혼령(禁婚令)을 내리거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일삼는 자들을 엄벌하는 세태가 아닌 로마에서는 자유분방(自由奔放)함이 많았다.

<필자가 부위원장으로 참가했던 2004년 미스코리아 최종심사 현장>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소아마비 환자에다가 정치가로서는 약간 젬병이고, 역사 공부에 빠져서 통치를 하거나 여자를 고르는 일조차도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염복(艶福)이 넘쳐서 첫째 아내 플라우티아 우르굴라닐라와 15년 만에 이혼하고, 둘째 마눌 아일리아 파이티나와는 3년 만에 갈라서고, 세 번째 마누라 발레리아 메살리나를 처형하고, 새로운 여자를 얻기 위한 간택(揀擇)의 절차를 단행했다. 나이 60세를 넘어 새 마누라를 고르는 일이라면 대부분 사내놈들은 화장실 가서 기분 좋은 웃음을 낄낄거릴 텐데, 이 친구는 그 좋은 일조차 스스로 못하고 비서진에게 맡겨 그들에게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는 행태였다. 마치 직원 선발을 Headhunter에게 맡기는 꼴이다. 당시 그의 문고리 3인방은 해방 노예 출신으로, 이들이 제2의 권력인 황후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각자 한 사람씩 세 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이들이 현대 Headhunter 업종 최고의 원조일 것이다.

<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

비서실장 격인 나르키소스가 추천한 여자는 아일리아 파이티나로 원래 클라우디우스의 두 번째 아내였다. 딸 하나를 낳은 뒤에 둘이 이혼하였으니 <미워도 다시 한번> 격의 재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황제의 법무비서관이었던 칼리스투스도 해방노예였는데, 황제 측근이라는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개인의 부를 축적했던 놈이다. 대(大) 플리니우스는 《자연사》에서 칼리스투스가 로마 공화정 말기 부자로 유명했던 크라수스보다도 부유했다면서 “그의 집 식당에는 얼룩 마노(瑪瑙)로 만든 30개의 대리석 기둥이 있었다.”라고 기록했다. 그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주치의(主治醫)였던 스크리보니우스 라르구스의 후원자이며, 주치의로 추천도 했던 것이다. 그가 추천한 여자는 롤리야 파올리나로 클라우디우스의 전임 황제인 칼리굴라의 세 번째 아내였는데, 결혼하자마자 6개월 만에 이혼해서 제대로 부부관계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겠다. 그녀는 당시 로마 최대의 재벌 상속녀로 요즘으로 치면 삼성가의 딸 아니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전처 매켄지 수준이었다.

노예 출신 궁정대신(宮廷大臣) 팔라스가 추천한 여자는 소(小) 아그리피나로 본명(本名)은 율리아 아그리피나였다. 역사학자들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의 어머니와 구별하기 위해 어머니를 대(大) 아그리피나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소(小) 아그리피나는 게르마니쿠스와 대 아그리피나 사이에 태어난 딸이니까, 칼리굴라의 누이동생이고, 첫 남편 아헤노바르부스, 둘째 남편 크리스푸스 파시에누스를 차례로 사별한 30대 중반의 뜨거운 과부였다. 그녀는 첫 남편 아헤노바르부스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인 도미티우스(훗날 네로)가 있었는데, 이 인간이 역사적으로 큰일을 내는 폭군이 된다. 아무튼, 세 사람이 추천한 세 여자 모두 로마의 최상류층 여자다. 집안도, 용모도,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도, 뜨거운 몸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클라우디우스는 자신의 판단으로 간택을 하지 않고, 세 비서관에게 각자 추천 이유를 말해보라고 명령했다.

나르키소스는 파이티나가 과거에 아내였던 여자로 다시 집안에 들여놓아도 가정에 변화를 초래하지 않아도 되며, 클라우디우스와 사이에 이미 성장한 딸 클라우디아 안토니아가 있으니까, 메살리나가 남긴 두 아이도 계모(繼母)로서 잘 양육해 주리라는 것을 역설했다. 칼리스투스는 파올리나가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으니까 두 의붓자식을 친자식처럼 잘 돌볼 어머니 역할에 적합하다고 했다. 다만, 전임 황제 칼리굴라와 이혼한 것은 칼리굴라의 변덕 탓이고, 그녀의 성격은 아주 좋다. 게다가 로마 최고의 미인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또한, 전처였던 파이티나를 다시 아내로 삼으면 황제로서 모양새가 빠지고, 우쭐해진 그녀 때문에 가정의 평화가 깨질 우려도 있으니 파올리나가 좋다고 설득했다.

<불타는 로마와 네로 황제>

소(小) 아그리피나를 내세운 팔라스의 추천 이유는 참으로 현실적이고 교묘한 것이었다. 소(小) 아그리피나는 아직도 인기가 시들지 않은 게르마니쿠스의 딸이다. 그런 소(小) 아그리피나를 아내로 맞아들이면, 율리우스와 클라우디우스라는 두 명문 씨족의 관계를 좀 더 밀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자식이 없는 파올리나와 결혼하면 자식을 얻지 못할 우려가 있지만, 이미 아들을 낳은 아그리피나와 결혼하면 그럴 염려도 없고, 숙부와 조카 사이의 근친(近親)이라는 클라우디우스의 은밀한 소망을 넌지시 자극시켰다. 그래도 클라우디우스가 특유의 선택장애증(選擇障礙症)이 도져서 선택을 못하자, 이제는 각 후보자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만이 효과가 있게 되었다. 세 후보 중 황족에 속해 있는 소  아그리피나는 황궁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불리한 점은 클라우디우스와 숙부와 질녀(姪女) 사이라는 근친혼 관계다. 하지만 정치적 야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은 선택장애의 사나이를 치마폭에 굴복시키고 만다. 근친 금혼(禁婚)의 사회적 관습법은 집정관인 비텔리루스가 기획한 관제(官製) 데모로 일거에 해소가 된다. 여기서 비슷한 시대 한반도 신라(新羅)의 정치와 결혼을 보는 것 같다.

당시 34세의 젊은 피 끓는 여자였던 소 아그리피나는 어머니인 대 아그리피나를 닮아서 자기가 아우구스투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의식하는 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帝國)을 통치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전임 황제 즉 오빠 칼리굴라를 암살하기 위하여 레피두스와 짜고 일을 벌이려고 했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레피두스는 처형(處刑)되고 자신은 섬으로 유배되었다가 오빠가 죽은 뒤에 풀려난 것이다. 또한 로마 역사상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회상록(回想錄)을 썼을 정도니까, 어머니보다 훨씬 머리도 좋았던 모양이다. 전임 칼리굴라 황제의 누이동생인 그녀는 당분간은 황제의 아내가 되고, 언젠가는 황제의 어머니가 되어 로마 제국을 통치하기로 결심했다. 클라우디우스와 사이에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아예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섭정(攝政)이 되어 조종할 황제 후보자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해 12세가 된 아들 도미티우스다. 이런 속셈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숙부(叔父)와 결혼하는 것을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일설(一說)에 유력한 후보였던 아그리피나는 영향력 있는 추천위원인 팔라스에게 육체를 제공한 덕분에 무수히 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황후에 추대되었다고 한다.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네 번째 마누라가 된 소 아그리피나, 네로 황제의 어머니인 이 여자의 인생은 경악, 충격 그 자체이다. 그녀의 황후 후보자 공모(公募) 이력서와 자소서(自己紹介書)의 내밀한 면모를 살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없을 때라서 공개(公開)가 가능하다. ① 14살 때 오빠인 칼리굴라 황제와 근친상간(近親相姦) 관계를 맺음. ② 15살 때 아헤노바르부스와 첫 결혼했으나 사별(死別)함. 네로를 출산함. ③ 크리스푸스 파시에누스와 재혼했으나  또 사별 ④ 오빠인 칼리굴라의 동성애 상대자 레피두스와 관계를 맺고, 그놈을 부추겨 오빠를 암살하려다 발각. ⑤ 섬으로 추방당하고 전 재산 몰수, 유배(流配) 중 칼리굴라가 암살당하자 로마에 돌아와 궁정대신인 팔라스에게 육체 제공 등등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좀 얼떨리우스이고, 나이도 60살이 넘어 골골 비실비실한데 비해, 34살인 소 아그리피나는 미모와 테크닉도 죽여주거니와 머리와 상황판단이 그야말로 팽팽 돌아가는 여자다. 거기다가 광적(狂的) 일 정도로 권력지향적인 기질을 가져 그녀의 위세(威勢)는 결혼과 동시에 황제를 능가하게 된다. 옆에서 성가시게 졸라대면 귀찮아서 그만 잘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해 버리는 클라우디우스의 버릇을 소 아그리피나는 철저히 잘 활용했다. 그녀는 우선 자신을 “아우구스타”의 지위로 승격(昇格)시켰다.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이후,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와 더불어 황제를 칭하는 칭호가 되었다. 아우구스타는 아우구스투스의 여성형(女性型) 이름이니까 여성 황제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도 나중에 아내 리비아에게 이 칭호를 주었던 것이다. 그런 존칭(尊稱)을 소 아그리피나는 일찌감치 손에 넣은 것이다.

<여자 황제의 칭호인 아우구스타>

또 여자의 몸으로 식민지 독일의 도시(지금의 쾰른)에 ‘콜로니아 클라우디아 아라 아그리피넨시움’이라고 자기 이름을 붙이는 일까지 해치웠다. 이것은 로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아니 로마만이 아니라 고대사에는 전례(前例)가 없었던 일이었다. 다른 한편, 그녀는 아들인 네로를 황제에 앉히는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황제가 되면 자기는 수렴첨정(垂簾聽政)하며 로마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거다. 네로를 황제로 만드는 데는 껄끄러운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네로가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핏줄이 아니라는 점이다. 머리와 몸이 좋은 그녀는 황제를 감언이설(甘言利說)과 밤무대 테크닉으로 녹여서 네로를 황제의 아들로 입적(入籍)시킨다. 그러고도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려고 황제의 전처(前妻)인 메살리나의 딸 클라우디아 옥타비아와 결혼까지 시켜 버린다. 결국 네로는 클라우디우스의 의붓아들이자 사위가 되는 이중구조(二重構造)인 셈이다. 정말 촌수(寸數)가 개떡 같은 콩가루 집안이고, 친족 계보도(系譜圖)를 자세히 그려보지 않으면 헷갈리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황후가 되자, 황후 후보로서 경쟁자였던 두 여자들에게 처절하게 보복을 했다. 특히 돈 많고 한 미모 했던 파올리나에게 점성술사(占星術士)와 결탁하여 무속(巫俗) 행위를 했다고 거짓 혐의를 뒤집어 씌워 재산을 몰수하고 유배 보내서 자결토록 했다. 또한 그들을 추천했던 두 사람도 축출하고 만다. 마치 오늘날 한국의 정치에서 대권 후보 부인들의 무속 플레임 씌우기를 보는 것 같다. 로마 시청 호적과(戶籍課)에서 말끔하게 세탁한 호적등본을 발급받자, 소 아그리피나와 네로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왕궁에는 황제의 친아들인 브리타니쿠스가 있어서 경쟁관계였다. 그는 황위 계승 1순위이고, 소 아그리피나와는 핏줄로는 4촌 동생이며 호적으로는 의붓아들인 관계다.

소 아그리피나는 로마 식약청(RFDA ?)의 극독물(劇毒物) 전문 공무원을 구워삶아서 치명적인 독약을 구한다. 그리고 황제가 좋아하는 버섯 요리에 맹독(猛毒)을 듬뿍 뿌려서 정력제(精力劑)로는 최고라고 속여 남편에게 먹여 살해해 버린다. 그리고 황제의 친자인 브리타니쿠스를 황실 쿠데타로 물리치고, 어머니의 힘으로 17살의 겁 없는 나이에 네로는 5대 황제로 등극(登極)하게 된다. 등극식 때 네로가 친위대(親衛隊)를 향해 처음 외친 말은 이렇다. “어머니, 당신은 최고이십니다!” 집권 초반기 네로는 관용정책, 세금 감면, 국가유공자 우대 등의 선정을 베푼다. 자신의 황금동상을 세우려는 원로원의 제안도 단호하게 거절한다. 사형집행 문서를 읽고 서명을 할 때에는 몹시 고뇌하면서 "내가 글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긴 한숨을 쉬었단다.

네로가 황제가 되자 소 아그리피나는 신바람 나서 설쳐대기 시작한다. ‘네로’라는 이름은 클라우디우스의 씨족인 사비니족의 말로 ‘과감한 사나이’라는 뜻이다. 그는 마치 이름의 뜻 그대로 된 것이었다. 그녀는 사사건건 모든 정책에 참견하고 자신의 초상이 든 화폐까지 발행한다. 물론 이 권리는 오빠인 전임 칼리굴라 황제가 부여한 것이었다. "위대한 어머니"라는 칭호를 받으며 황제의 권위를 능가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그녀의 애인인 팔라스 조차도 어물전 꼴뚜기처럼 깝작대고 건방을 떨면서, 인허가 비리, 인사 청탁, 매관매직(賣官賣職), 세금 포탈, 부동산 투기, 이권 청탁 개입, 불법대출 등 온갖 비리를 남발(濫發)하자, 화딱지가 난 네로는 팔라스를 추방해서 먼 곳으로 날려 버린다. 이러한 정치적 쿠데타는 젊은 네로와 네로의 스승인 철학자 세네카의 합작품으로 판단된다.

<로마 금화 : 아그리피나 초상>

졸지(猝地)에 애인이자 최고의 후원자인 수족(手足)을 잃은 소 아그리피나는 네로와 정치적으로 결별하게 된다. 그러면서 황제의 친아들인 브리타니쿠스의 정치적 입지를 지원한다. 젊은 네로는 무척이나 영민하고 상황 판단에 민첩했다고 한다. 정적(政敵)인 클라우디우스의 친아들 브리타니쿠스를 연회에 초대해서 간단하게 독살(毒殺)시켜 버린다. 네로의 즉각 반격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까딱 잘못하다간 자기 목숨조차도 부지 못한다는 권력 속성을 퍼뜩 깨닫는다. 그래서 일설에 따르면, 로마 역사상 희대의 엽기적(獵奇的) 행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를 한껏 이용해 아들인 네로와 관계를 갖고야 만다. 네로를 자신의 육욕(肉慾)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 거다. 어미와 아들의 근친상간, 마치 성진국(性進國)인 일본 포르노의 상투적(常套的)인 스토리 같지만, 어미가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근친상간이다. 이 썰(說)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가담항설(街談巷說)이라고 판단된다. 어쨌든 소 아그리피나는 근친상간의 단골 주연배우이며, 황제 킬러라는 아름답지 못한 명예를 쓰고야 만다.

<네로가 모친 살해 명령을 하는 잔치 모습>

그녀가 스쳐간 숱한 남자들 중 황제만 해도 세 명이나 된다. 친오빠인 칼리굴라 황제, 숙부인 클라우디우스 황제, 친아들인 네로 황제가 그들이다. 구멍 동서(同壻)들이니, 촌수랄 것도 없다. 어머니와 황제의 정치적 입지에 균열이 갈 즈음, 네로는 포파에아라는 미녀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포파에아라는 네로의 남색(男色) 상대인 오토의 아내였으나, 네로의 정부가 되었고, 그녀는 황후인 옥타비아를 누르고 황후가 되려는 야망을 가졌다. 그런데 자신의 야망에 방해가 되는 건 옥타비아보다는 늘 소 아그리피나였다. 결국 그녀는 네로를 충동질하였고, 결국 소 아그리파는 네로의 명령으로 죽임을 당하게 된다. 네로가 어머니 아그리피나를 죽이려고 배의 밑창 일부를 떼어 내어 쉽게 침몰할 수 있도록 배를 은밀히 만들었다. 그리고 네로는 아테나 여신의 축일에 나폴리 서쪽의 미세노 곶 근처의 바코리 별장에서 잔치를 베풀고 어머니를 초대한다. 잔치가 끝나고 네로는 어머니를 선착장까지 배웅했고, 출발한 배는 도중에 침몰했지만 아그리피나는 수영의 명수여서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자 네로는 심복인 아니케토우스를 시켜 살해하라고 명령한다. 아니케토우스가 병사들과 무장을 하고 소 아그리피나의 처소에 쳐들어가서,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자 비틀비틀 쓰러지던 그녀가 아랫도리를 홱 걷어 올리면서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여기를 찔러 죽이는 게 좋을 것이다. 네로가 바로 이곳에서 나왔으니까!” 과연 희대의 악녀(惡女) 다운 최후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나라를 기울게 하는 미녀 - 말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