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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r 18. 2024

291. 조림지를 통과해서(8/14)

좀 편하고 빠른 지름길을 택한다고 약간 어려운 전통적인 순례길을 버리고 포장도로를 들어섰는데, 생각과 다른 상황이 조선 과객 금삿갓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도로는 곧바로 고속도로와 연결이 되고 고속도로와 평행선으로 된 넓은 길이 끝 모르게 뻗어 있는데 완전 너덜길 비슷했다. 자갈이 많은 길이다. 한쪽은 고속도로, 다른 한쪽은 끝없는 조림지이다. 이곳의 조림지에는 모두 유칼립투스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오래된 조림지의 나무는 수십 미터의 크기로 자랐고, 조림한 지 얼마 안 된 곳에는 이제 어린 묘목들이 하늘을 향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스페인의 북부지방 특히 메세타 구간을 240Km 정도 걷다 보면 어떤 날은 나무 구경하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끝없이 조림지역이 이어지는 곳도 있다. 메세타 지역에는 주로 플라타너스, 미루나무 등이 눈에 많이 보였는데, 이곳은 수종이 완전히 유칼립투스뿐이다. 모든 나무들이 오(伍)와 열(列)을 맞추어서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놓았다. 가로 세로만 정연한 게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질서 정연했다. 그러니 사람의 손으로 조림 관리를 하지 않고 기계화가 가능한 것이다. 나무의 가지를 치고 잡초를 제거하고, 거름을 주고 하는 모든 작업을 기계화하여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니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산림 자원도 풍부하고 신선한 공기도 제공하는 조림지가 많은 것이 부러운 것이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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