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마을과 성당의 연결 선이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서 도달하면 아주 작은 마을일지라도 어김없이 크던 작던 성당은 있다. 성당이 있으면 허물어져서 예배를 볼 수 없을 정도가 되더라도 당연 종탑만은 유지를 하고 있다. 스페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걸어가면서 마음먹고 들리면 200여 개 이상의 성당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카스티야 레온 지방이나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면 유난히 성당의 높은 첨탑 위에 새집들이 있다. 첨탑의 모양에 따라서 많게는 세 개의 둥지가 있는 곳도 있다. 성당의 종탑 즉 첨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자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조선 과객 금삿갓의 단순한 추론은 이렇다. 인간이 하느님에게 경배를 드리고 그 뜻이 하늘에 쉽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과 하느님의 복음을 이 땅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 높은 곳에 종을 매달아서 쳐야 멀리까지 당도할 것이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런 인간의 신성한 생각을 우습게 본 건지 아니면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하느님의 뜻을 인간보다 먼저 알아서 황새가 이렇게 높은 곳에 둥지를 틀었을까? 조선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였고, 뱁새가 어찌 황새의 뜻을 알 수 있겠느냐고 한 것처럼 굳이 깊은 뜻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적자생존(適者生存) 법칙에 따라 황새도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곳에 둥지를 트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종탑 위는 비교적 인간이 그곳까지 자주 올라가지 않고, 더구나 날짐승의 알을 노리는 뱀 같은 동물의 접근도 용이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종탑의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인간인가 황새인가? 대문호 헤밍웨이도 잘 모를거다. 스페인에서는 주로 황새(Stork)들이 둥지를 트는데, 우리 속담에 황새는 아기를 데려다준다는 전설이 있다. 황새가 그나마 인간과 친숙하기가 유럽도 비슷한가 보다. 폴란드나 동유럽 쪽에서는 칼새나 비둘기도 교회에 둥지를 많이 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