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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04. 2024

17. 수산나를 대하는 장로들의 눈빛 애로서(曖露書)

위계(位階)에 의한 폭력과 미투(Me-To)

두 장로가 아름다운 젊은 여인 수산나에게 호시탐탐 한 번 품어 볼 음욕을 가득 안고 기회를 노린다. 감언이설로 유혹하거나 위계(位階)에 의한 힘으로 엄포를 부려서 욕심을 채우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자 이들은 비겁하게 수산나에게 모략으로 억울한 누명을 씌워 함정에 빠뜨린다는 구약성서의 다니엘서 13장 이야기를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의 1638–9년경 작품 <수산나와 장로들(Susanna and the Elders)>이다. 그녀는 고작 17세였을 때 당한 성폭행 경험이 그녀의 작품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권력 남용, 강간, 폭력이라는 주제가 그녀의 그림 대부분에 스며들어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주제를 그리는 것은 그녀가 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작품을 통해 복수와 구제를 모색하는 미투(Me-To)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1611년 5월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아버지의 동료 화가였던 아고스티노 타시 (Agostino Tassi, 1580-1644)로부터 강간을 당한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 소송으로 가게 되었고 결국 아르테미시아가 승소하게 된다. 그런데 너무나 기막힌 것은 당시 법정의 관행이 문제였다. 법정에서 심문을 할 때 피해자였던 아르테미시아를 고문을 하면서 그녀의 진술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밝히려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고스티노 타시는 교황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궁정화가였기 때문에 몸이 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난을 끝내 견뎌내고 법정 싸움에서 이긴다. 길고도 힘든 소송이 끝난 후 소송을 위해 아버지가 고용했던 변호사의 동생 피에란토니오 스티아테시 (Pierantonio Stiattesi, 1584년 출생)와 결혼해서 남편의 고향인 피렌체로 가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수산나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요아킴이라는 남자의 아내였다. 부유하면서 이름 있던 부부의 집에는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었는데, 그중에는 재판관으로 임명된 두 장로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무척 아름다웠던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기 시작했고, 따라서 서로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함께 그녀를 겁탈할 음모를 꾸몄다. 그리하여 손님들이 다 떠나간 어느 날 요아킴의 정원에 숨어 있다가 수산나가 문을 닫아걸고 목욕하는 시간에 맞추어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그녀를 유혹하지만 실패하게 되는데 그러자 그녀를 간음으로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한다. 만일 그녀가 의혹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못하면 간음죄로 돌에 맞아 죽게 된 것이다. 그녀는 끝내 의혹이 없다며 해명을 거부하여 결국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정에서 매우 현명한 재판관 다니엘(Daniel)은 두 사람의 장로에게 별도의 대질 신문을 했는데 서로 말이 맞지 않았다. 결국 두 장로가 엄벌에 처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아래의 작품은 마시모 스탄치오네(Stanzioni, Massimo Stanzione, 1585~ 1656)의 것이다.

마지막 두 작품은 틴토레토(Tintoretto,1518-1594)의 작품으로, 수산나가 정원에서 목욕하는데 두 장로가 겁탈을 하려는 모습보다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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