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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06. 2024

18. 동네 아주머니 같은 절세 미녀의 애로서(曖露書)

같은 여인 다른 작품

여인과 뱀은 어떤 관계일까? 에덴동산에서 맺은 잘못된 인연의 끈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일까? 동네의 주변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아주머니 같이 생긴 풍만한 여인이 뱀을 손에 쥐고 지그시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의 누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딱 보고 독사에 물려 자살하려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라임을 알 수 있겠다. 다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의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이 작품을 그릴 때 나이가 열여덟 살로 아직 어렸고, 특히 아버지의 동료 화가에게 강간을 당한 후에 그렸는데, 청순하고 예쁜 여인의 몸이 아닌 동네 공중목욕탕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중년의 풍만하고 성숙한 여체이다.

아래 작품은 <다나에(Danae)>이다. 최고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다나에를 겁탈하기 위해 금화로 변해 비처럼 내리듯이 그녀가 갇혀있던 다락방으로 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여자가 돈에 약할까 아니면 지조를 지키면서 강할까?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 스토리는 일상에서는 다반사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르테미시아는 클레오파트라에서 그렸던 평범한 중년의 여자 누드를 이 작품에 그대로 재활용했다는 것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누워있는 다나에 옆에는 하녀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금화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치마를 펼쳐 들고 위를 쳐다보고 있다. 돈으로 유혹해서 넘어가지 않는 여인이 아직 이 세상에 잘 있을까? 있다면 천연기념물 정도일 것이다. 마구 떨어진 금화들이 마치 벌레처럼 다나에의 허벅지 사이로 몰려들고 있는 모양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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