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피에르 피쿠(Henri Pierre Picou)는 학문적인 화가이자 Neo-Grec학교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데뷔 당시부터 살롱의 단골로 세련된 화가로 불렸다. 전시회마다 많은 커미션을 받았고, 교회의 대형 종교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작품 <오달리스크(Odalisque)>를 보면 터키의 할렘 같은 형태에 중앙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주인공이 비스듬히 누워있고, 애완용 호랑이의 머리를 발로 장난하고 있다. 그녀를 시중드는 10여 명의 벗은 여인들이 목욕탕인지 수영장인지 아리송한 대리석 구조물을 수놓고 있다. 유색 인종의 여인도 보인다.
<젊은 여인들의 목욕(Young Women Bathing)>도 위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다. 중앙의 왼쪽에 배치된 젊은 여인의 목욕을 위해 봉사하는 하녀들의 모습과 유색 인종의 여인들도 보인다. 흰 피부의 여인과 대칭으로 갈색 피부의 여인을 배치함으로써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더 현란해 보인다.
<해먹(The Hammock)>은 해먹에 발가벗고 엎드려 있는 여인에게 비둘기 떼들이 날아든다. 마치 먹이를 찾아오는 것인지 사랑을 구하러 오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사랑의 비눗방울을 날려 보내는 <사랑의 천사(Angel of Love)>이다. 광활한 들판을 배경으로 암사자 모양의 조각상에 상의를 벗은 아름다운 여인이 엉덩이를 걸치고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까? 사랑의 천사가 날려 보낸 비눗방울을 맞으면 사랑의 샘이 솟아오르리라. 마치 돌틈사이를 헤집고 피어 나오는 꽃처럼. 여인의 발치에서 화사한 분홍색 꽃잎이 마구 피어오르고 있다. 뜨거운 사랑의 밀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애완견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어린 요정의 장난기에 어미개는 구슬픈 눈동자로 대응할 뿐 어쩔 도리가 없다. 혹시나 떨어뜨릴까 가슴이 조마조마한 것은 어미의 심정이 되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더구나 요정이야 이를 어찌 알까. 나머지 새끼 한 두 마리는 이런 사정도 모른 채 아직 열심히 어미의 젖을 물고 젖을 먹느라 여염이 없다. 여차하면 어미개는 요정의 아래를 가리고 있는 비단 이불을 앞발로 확 걷어붙이고 마구 대들 수도 있는 구도이다. 애원반 원망반의 눈초리가 구슬픈 에로스이다.
어머니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해변가 바위에 묶여있는 안드로메다의 슬픈 애로서(曖露書)이다. 한 치 앞의 바다 괴물은 시뻘건 입을 벌려 가녀리고 예쁜 안드로메다를 막 삼키려고 하는 절체절명의 찰라이다. 하지만 모든 시련에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다. 메두사의 목을 베고 돌아오는 페르세우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한 눈이 아니라 두 눈을 모두 팔아버렸다. 이렇게 역사는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