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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ug 11. 2024

14. 백자(白瓷) 빛 아름다운 피부의 애로서(曖露徐)

전시회에서 쫓겨난 에로스 누드화

쥘 조제프 르페브르(Jules Joseph Lefebvre)는 19세기 프랑스 화가로, 여성 누드와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이다. 초기에 로마 유학을 위해 엄청 공을 많이 들였고, 로마에서 활동을 잘 했으나 하나의 작품으로 혹평을 받자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림의 장르를 초상화와 여성 누드로 변화시켜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작품 <오달리스크>를 보자 푹신한 빨간색 시트와 더 짙은 주황색 베개에 기대고 누어서 관람자를 등지고 있는 눈처럼 흰 여인의 나신이다. 유난히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둔부를 자랑하는 자세이다. 꼬무락거리는 발가락 끝으로는 향불이 피어오르는 향로와 과일을 담은 접시와 한 병의 와인도 눈에 보인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 시트 밑에 흐트러져 깔려있는 푸른색 보석 목걸이를 보면 벌써 누군가가 다녀간 것은 아닐까?

나팔꽃을 머리에 쓰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다. 나팔꽃처럼 청순하고 아름답다. 잡티하나 없는 맑은 피부에 다소곳이 솟아오른 가슴과 그 가슴의 정점에 앵둣빛으로 발그레 수줍은 듯 고개를 들고 있는 유두가  환상적이다. 먼데 하늘을 꿈꾸듯이 바라보는 눈망울에 동경과 사랑이 가득하고, 다문 입술이지만 엷은 미소가 잔잔히 피어날 듯하다. 배경의 초록과 노란색의 혼합이 더욱 이 소녀의 청순함을 돋보이게 한다.

음침한 바위에 쇼울을 깔고 대책 없이 기대어 누운 여인의 흐트러진 모습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감히 물어보기도 주저되는 상황이다. 두 손을 들어 올려 거의 얼굴을 가리 듯한 행동은 만사가 귀찮은 표현이다. 옆이 커다란 바위 뒤로 강물이 보이고 멀리 어두침침한 산과 희미한 하늘이 여인의 분위기를 한층 침울하게 한다. 바위 위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각종 잎사귀와 나뭇가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녀린 맨발과 풍만한 엉덩이를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동굴 속의 막달라 마리아>이다.

팔등신의 미녀를 그려 놓은 멋진 포즈이다. 왼쪽은 그의 대표작인 <진리(La Verite)>이다.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수상하였다. 오른쪽은 <판도라>이다. 뚜껑을 여는 순가 세상의 모든 비밀은 사라지고 우리의 미래까지도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무서운 상자를 들고 있는 여신이다. 벗은 몸이 진리일까 아니면 빛나는 거울이 진리일까? 판도라 상자의 내용물이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당장 이 아름다운 여신의 몸매가 더 궁금한 것은 남자들의 끝없는 욕망 탓일까?

긴 그림인데 하체 부분을 조금 잘라서 올렸다. 작품 이름은 <클로에>이다. 물의 요정인데 정말 예쁘다. 연못가 바위에 옷을 벗어놓고 수영을 하고 나온 건지 수영을 하러 들어가기 전인지 아리송하다. 물의 요정이니 물장난에는 선수일 것이다. 이 작품을 과거 1883년에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를 하였는데, 당시 호주 사람들이 팔등신 누드가 너무 외설적이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작품 전시를 철거하게 된 사실이 있다. 누드에 대한 시대 상황과 시각(視角)이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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