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찬란한 색채 효과, 풍만한 관능성, 화폭 가득한 역동적인 긴장감, 개별 인물들의 이외의 평온함 등 대상의 다양한 특징이 두드러진 그림이다. 백색의 풍만한 여체와 대조적인 등근육의 여체, 구릿빛 남자의 몸과 단단한 갑옷, 반항하는 격렬한 몸짓과 울부짖는 말, 곡선적인 선들이 이 상황을 잘 나타내는 구도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와 얀 빌덴스(Jan Wildens)가 1618년에 합작으로 그린 그림인 <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이다. 이 주제도 많은 화가들이 다루었다. 빌덴스는 풍경화가로 이그림의 풍경만 그렸다. 앞서서 소개한 Mikele Arapi의 그림이 이 그림과 똑 같은 복사판인데, 이름만 <사비니 여인들의 강탈>로 다르다. 자세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다.
그리스 신화 제우스 신의 쌍둥이 아들인 카스토르(Kastor)와 폴뤼데우케스(Polydeukes)가 쌍둥이 사촌인 링케우스(Linkeus)와 이다스(Idas)가 미케네 왕 레우키푸스의 두 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결혼식에 초청받아 참석하여 그녀들의 미모에 반해 그녀들을 납치하는 것이다. 늘 훔쳐 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는 전설이다. 화면은 사람과 말이 공간 전체를 차지하고, 사람과 말이 엇갈리는 움직임으로 강렬한 운동감을 만들어낸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잠자고 있던 두 소녀가 건장한 남자들에게 약탈당하는 것이다. 붉은 말과 하늘로 솟은 회백색 말, 검붉은 피부색의 건장한 남자 두 명과 뽀얀 육체의 소녀 두 명이 뒤엉켜 있다. 바람에 날리는 망토, 강렬하고 힘찬 시선, 크고 작은 클로즈업 표현, 그리고 색감, 질감, 역동성의 강렬한 대비는 갑작스러운 짜릿함과 선정성을 선사한다.
독일의 인상파이며 자연주의 화가인 로비스 코린트(Lovis Corinth)의 같은 작품이다.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루벤스의 역동적이고 긴장감 도는 그림과 너무나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약간 처절하고 도착적인 상황이다. 오른팔을 여체의 중심부에 힘껏 밀어 넣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에 말위의 붉은 망토의 사나이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말도 또한 다소곳이 서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말 뒤쪽의 사나이는 은밀한 속삭임을 하듯이 여자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가서 입맞춤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 <아침(Morning)>을 덤으로 더 보자. 분위기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