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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l 21. 2024

11. 고대 에로틱한 미인대회의 애로서(曖露書)

루벤스의 눈에 비친 신화속의 에로스

미인대회는 수천년 전부터 오늘날 까지도 존재한다. 미스 유니버스, 미스 코리아 등의 이름으로 미모를 뽐내고 순위를 정한다. 금삿갓도 한 때 2004년에 미스 코리아 최종 심사위원을 1박 2일간 해 본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인대회이다. 미스 코리아의 심사위원은 12명인데, 신화의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은 딱 한 명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인간의 발목 아킬레스건(腱)의 유래가 된 아킬레우스가 나기 전 그의 부모(펠레우스와 테티스) 결혼식에서 일이 시작된다. 펠레루스는 말썽꾸러기로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두 번째 결혼을 테티스와 하게 된다. 여신 테티스는 인간인 펠레우스와 결혼을 피하기 위해 변장하며 도망 다녔지만 잡혀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올림푸스의 모든 신들이 다 초대되었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만 초대받지 못했다. 에리스는 화가 나서 몰래 참석하여 잔치 자리에 황금사과 한 알을 던져 놓는다. 이것이 바로 ‘파리스의 황금사과’ 또는 '불화(不和)의 사과'로 불린다.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 여신을 위하여’라는 명문(銘文)이 들어 있었다. 여신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가 나지만 최후의 3인으로 정리가 되었는데, 유부녀인 제우스의 아내이자 신들의 여왕 헤라, 이성을 밝히는 사람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리고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였다. 그들은 서로 자기가 그 사과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판 싸움을 벌인다. 골치가 아픈 제우스는 심판을 결국 트로이아 왕자이자 목동인 파리스에게 맡긴다. 예나 지금이나 치열한 경쟁이 붙으면 은밀한 물밑 거래로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서 헤라는 심판인 파리스에게 부귀영화를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했다.

이미 님프 오이노네와 결혼한 유부남인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준 것이다.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인 헬레네였다. 아무튼 이 일로 인하여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신탁의 예언은 언제나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파리스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는 초기에는 옷을 입은 여인들의 그림이었다. 호세 카마론(Jose Camaron)의 작품에는 아프로디테만 벗은 모습이고,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작품은 옷을 아주 많이 입은 모습이다. 물론 후기에서도 끌로드 로랭(Claud Lorain)의 작품에서도 아프로디테만 벗은 모습이다. 개인적인 기호로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그의 작품으로 우선 애로서(曖露書)를 늘어 놓아본다.

파리스의 심판 때 바람둥이 파리스가 옷을 입은 여신들의 미를 제대로 심사하지 못하므로 모두 옷을 벗고 심사에 응하라고 고집을 부렸다는 일설(一說)도 있다. 그래서 현대의 미스 코리아 심사에서도 다 벗으라고는 못하니까 수영복 심사를 하는 것일까? 성의 상품화란 비판 때문에 금삿갓이 심사할 때 수영복 심사는 하되 방송에는 나오지 않도록, 1박 2일 합숙 심사과정에서 하루는 수영복, 하루는 가운을 입고 진행했다. 이 주제는 수많은 화가들이 천착(穿鑿)하여 다양한 작품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우선 페데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 루벤스는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관능적인 스타일로 그려내며, 포즈를 취하는 인물들의 선이 캔버스 너머로 시선을 이는 효과가 있다.

<2004년 미스코리아 본선 합숙심사 모습. 오른쪽 첫째 위원장 윤무부 박사, 다음이 필자인 금삿갓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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