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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夏晝偶作(하주우작) / 여름 낮에 우연히 짓다

금삿갓의 漢詩工夫(240712)

by 금삿갓

夏晝偶作(하주우작) / 여름 낮에 우연히 짓다

- 柳宗元(유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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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州溽暑醉如酒

남주욕서취여주

○○●●●○●

남쪽 마을의 습한 무더워 마치 술에 취한 듯하여


隱几熟眠開北牖

은궤숙면개북유

●●●○○●●

북쪽 들창을 열고 안석에 기대어 깊이 잠들었네.


日午獨覺無餘聲

일오독각무여성

●●●●○○○

정오에 홀로 깨어보니 별다른 소리는 없고


山童隔竹敲茶臼

산동격죽고다구

○○●●○○●

산촌의 아이 대숲 너머에서 차 절구를 찢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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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偶作(우작) : 우연이 불현듯 만들었다는 뜻으로 시문(詩文)의 제목으로 많이 쓴다.

* 南州(남주) : 남쪽에는 마을로서 여기서는 영주(永州)를 가리킨다.

* 溽暑(욕서) : 한여름에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하게 더운 것을 가리킨다.

* 隱几(은궤) : 궤안, 즉 책상에 기대거나 그 위에 엎드리는 것을 가리킨다.

* 熟眠(숙면) : 깊은 잠에 빠지다.

* 日午(일오) : 정오(正午). 중오(中午).

* 獨覺(독각) : 홀로 깨어 있다. 스스로 깊은 이치를 깨닫다. 부처와의 인연 없이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룬 자를 이르기도 한다.

* 山童(산동) : 산에 사는 어린아이. 산중 수행자 또는 은일자(隱逸者)의 시중을 드는 아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 茶臼(다구) : 찻잎을 가는 데 쓰는 돌 또는 자기로 만든 작은 절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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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國夏熱(남국하열)이 尤甚於中州故(우심어중주고)로 暑氣上面(서기상면)이 悅如醉酒而北窓淸風(열여취주이북창청풍)에 憑几而眠(빙궤이면)하다가 白日當天中(백일당천중)하야 亭午矣(정오의)라. 於是(어시)에 忽覺眠而坐(홀각면이좌)하니 四面寂寥(사면적요)하야. 無一箇聲(무일고성)이러니 竹林隔近之外(죽림격근지외)에 山童敲茶之聲(산동고다지성)이 入聞而破閒寂而已(입문이파한적이이)라. 此(차)는 閒中無事似神仙者歟(한중무사사신선자여)아.

남국의 여름 더위가 이 고을(영주)이 더욱 심하므로 더운 기운이 얼굴로 올라서 기꺼이 술에 취한 것과 같아서 북창으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안석에 기대어 잠을 자는데 밝은 해가 중천에 떠서 정오에 머물러 있는 듯하였다. 이에 홀연히 잠에서 깨어 앉으니 사방이 조용하여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대숲너머 가까이서 산골 아이 차 절구소리가 들려와 고요함을 깨트렸을 뿐이다. 이것은 한가한 가운데 아무 일 없는 것이 신선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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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원(柳宗元, 773~819) : 당나라의 문학가, 철학자이다. 자는 자후(子厚), 하동해(河東解, 지금의 산서 운성서) 사람이다. 세칭 유하동. 정원 9년(793년), 스물한 살에 유종원(柳宗元)이 진사에 급제하여 교서랑(校書郞)에 올랐다. 26세에 굉사과(宏辭科)에 급제하여 남전위(南田尉)를 진급시켜 어사리행을 감찰하였다. 유우석 등 개혁을 주장하는 왕숙문그룹, 임례부원외랑. 영정혁신이 실패한 뒤 영주 사마로 좌천됐다.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 '유류주(柳柳州)'라고도 하였다. 한유 고문운동을 창도하여 함께 등재되었다. 당송팔대가 '한류'라고 표현했다. 산문이 웅건하고 사리가 투철하다. 산수 여행기는 특히 유명하다. 우화의 필치가 날카롭고 시풍이 맑고 그윽하다. 저서로 『하동선생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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