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여름 더위가 이 고을(영주)이 더욱 심하므로 더운 기운이 얼굴로 올라서 기꺼이 술에 취한 것과 같아서 북창으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안석에 기대어 잠을 자는데 밝은 해가 중천에 떠서 정오에 머물러 있는 듯하였다. 이에 홀연히 잠에서 깨어 앉으니 사방이 조용하여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대숲너머 가까이서 산골 아이 차 절구소리가 들려와 고요함을 깨트렸을 뿐이다. 이것은 한가한 가운데 아무 일 없는 것이 신선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는가?
* 유종원(柳宗元, 773~819) : 당나라의 문학가, 철학자이다. 자는 자후(子厚), 하동해(河東解, 지금의 산서 운성서) 사람이다. 세칭 유하동. 정원 9년(793년), 스물한 살에 유종원(柳宗元)이 진사에 급제하여 교서랑(校書郞)에 올랐다. 26세에 굉사과(宏辭科)에 급제하여 남전위(南田尉)를 진급시켜 어사리행을 감찰하였다. 유우석 등 개혁을 주장하는 왕숙문그룹, 임례부원외랑. 영정혁신이 실패한 뒤 영주 사마로 좌천됐다.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 '유류주(柳柳州)'라고도 하였다. 한유 고문운동을 창도하여 함께 등재되었다. 당송팔대가 '한류'라고 표현했다. 산문이 웅건하고 사리가 투철하다. 산수 여행기는 특히 유명하다. 우화의 필치가 날카롭고 시풍이 맑고 그윽하다. 저서로 『하동선생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