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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ug 14. 2024

388. 가우디 성당이 불법 건축물?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하느님이 만든 선이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말이다. 그래서 위대한 성당을 자로 잰 듯이 직선으로 짓지 않고, 마치 옥수수 모양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설계한 것이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이다. 이제 대부분의 첨탑들도 거의 완성되었고,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 탑만이 착공 144년 만인 2026년에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대한 건축물이 스페인 건축법상 불법 건축물로 137년 동안 건축되고 있었다니 놀라운 사실이다. 1882년 건축가 Francisco de Paula del Villar가 공사의 첫 삽을 뜬 후에  사임하자, 1883년에 가우디가 사업을 인수하여 1885년에 늦게 건축 허가신청서를 당시 이곳의 관할인 산 마르티(Sant Marti) 시청에 제출했다. 그런데 시청 공무원이 직무를 소홀한 것인지 건축 지식이 없어서 검토를 할 수 없었는지, 허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고 뭉갰다. 그러다가 1897년에 이곳이 바르셀로나 시로 통합이 되고, 건축 허가 신청 행위는 아무도 모르고 130년 넘게 불법적으로 성당만 계속 짓고 있었던 것이다. 2015년 아다 콜라우(Ada Colau) 시장이 취임하여 시의 모든 행정을 대대적으로 점검을 했다. 이때  성당 주변 도로와 시설의 경계 문제가 대두되어 측량과 토지 지적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당이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스페인 건축법상 무허가 건축물은 철거가 원칙인데, 카탈루냐 지방의 법률에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6년간 행정관청이나 다른 사람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양성화해 주도록 되어있다. 130년 이상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양성화 대상이 되지만, 그래도 건축법을 위반한 행정 제재는 피할 수 없었다. 130년간 누적된 행정벌과금이 어마어마하여 시당국과 성당 측이 협의하여 3,600만 유로(한화 약 500억 원)를 10년 분할 납부로 합의되었다. 금액이 커 보이지만 이 불법 건축물에 대한 입장 수입과 헌금 수입을 합하면 년간 650억 원 이상이 된다. 불법 건축물에 비싼 입장료를 받는 스페인 사람들이나 입장료를 주는 관광객이나 준법정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문제는 2019년에 정식 허가를 받아서 지금은 합법 건축물이 된 것이다. 금삿갓이 2005년 평양에 갔을 때, 보통강 주변에 100층이 넘는 높이 330m의 류경호텔이 시멘트 골조만 마치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아 있어서 흉물스러웠다. 평양 어디를 가나 이 흉물이 보이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다. 그런데 가우디 성당은 골조만 올라가도 관광지로서 최고이니 정말 비교가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 성당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100m 이상 높이의 첨탑이다. 가장 낮은 첨탑이 그리스도의 12 사도를 상징하는 12개의 종탑이다. 정면 4개, 좌우 측면에 각각 4개씩 설치되었다. 후면에는 성모 마리아 탑(138m) 하나만 있고, 꼭대기에는 별이 얹혀있다. 별은 지름 7.5미터, 무게 5.5톤짜리 12각 별인데, 낮에는 햇빛이 반사되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서 빛이 난다. 이 큰 별을 보좌하듯이 왕관모양의 작은 별 12개가 둘러싸고 있다. 루가(Lc : 황소), 요한(Jn : 독수리), 마르코(Mc : 사자), 마태오(Mt : 천사) 등 4명의 복음사가 탑은 135m로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 탑을 둘러싸고 있다. 루가/마르코 탑에는 엘리베이터가, 마태오/요한 탑에는 계단이 설치되었다.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 탑의 설계상 높이는 172.5m이다. 이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의 꼭대기가 173m라서 하느님이 창조한 언덕의 높이보다 탑을 더 높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 가우디 신앙심의 표출이다. 우리에게 특이한 것은 영광의 파사드 주 출입문에 50개 언어로 주님의 기도를 새겨 놓았다. 양쪽 아래에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한국어 글귀도 있다. 잘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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